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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침체→성장둔화→재정악화’ 3중 트랩에 빠지나
올 국채발행 규모 100조…금리폭탄 현실화
現경제성장률론 이자부담 한계
금리상승에 성장률도 갉아먹어
경기 살리기위해 돈풀어야하지만
연간발행 국채 20~25%가 적자국채

삼성전자마저 이익전망치 하향
5년전과 달리 세수확보 어려워
민간 투자확대가 3중트랩 탈출구
전문가 “무리한 복지도 재정 치명타”




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은 경기활성화로 성장률을 회복해 재정건전성을 담보하면서 국민 복지를 늘리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집권 1년차부터 경기 침체로 성장률은 둔화되고 이에 따라 재정이 악화되는 ‘3중 트랩’에 직면하게 됐다.

정부 발행 국채의 절반 이상은 10년 이상의 장기물이다. 20년 만기, 30년 만기 국채도 발행돼 전체 평균 만기도 10년을 넘는다. 이자 부담이 10년 이상 간다는 뜻이다.

현재 금리(3.19%)로 1조원짜리 1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한다면 총 이자 부담은 3190억원이 된다. 연간 80조원(올해 기준)을 발행한다면 발행금리가 1%포인트만 높아져도 8조원의 이자 부담을 더 져야 한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차세대 전투기 구매 사업(FX)’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금융위기 전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5~6% 수준이었다. 지금보다 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현재와 같은 이자 부담을 우려하지 않았던 이유는 경제성장률이 높아 세수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의 경제성장률로는 늘어나는 이자 부담을 감내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행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은 2.8%인데,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3.19%)보다 낮다. 한 해 2.8% 수익이 나는데, 이자는 3.19%를 지급하는 셈이다.

게다가 금리 상승은 성장률 자체를 갉아먹는다. 올 초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수반될 경우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리가 오를 경우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활황에 따른 금리 상승과 달리 위험(risk) 프리미엄 상승에 따른 금리 상승이 치명적인 이유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기 부양을 해야 하는데, 정부가 돈을 더 풀거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방법이 있다.
 
세계 증시가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17일 오전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상승 출발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하지만 한은은 6월 기준금리를 동결시키며 성장보다는 물가 관리에 더 치중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돈을 더 풀어야 하는데 그 역시 쉽지 않다. 이미 연간 발행 국채의 20~25%가 적자 국채다. 돈을 풀려면 나랏빚이 고스란히 늘어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2008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대규모 추경을 편성했지만, 이후 기업들의 이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세수도 증가, 나랏빚 부담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엔화 약세로 자동차ㆍ조선 등의 수출기업 이익 감소가 가시화되고 있고,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삼성전자마저 이익 전망치가 하향되고 있다. 5년 전과 달리 나랏빚을 감당할 정도의 세수 확보가 어려운 셈이다.

이 같은 3중 트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투자 확대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대기업의 곳간에 쌓여 있는 현금만 풀려도 금리 상승 폭을 줄이고,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4월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현재 상장기업 기준으로 할 때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52조원 수준, 이 가운데 10%만 투자해도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의 세출 확대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아무리 추경을 해도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기 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135조원에 달하는 재원이 투입될 박근혜정부 복지 정책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도 요구된다. 이자 부담을 감당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그리스 사태에서도 확인됐듯이 복지 정책은 한 번 실시하면 무르기가 쉽지 않아서 시행 전부터 장기적인 안목으로 재원 대책을 마련해놔야 한다”면서 “경제 상황이 어려운 때에 무리한 복지 정책을 펼치다가는 국가재정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D 자산운용사 H 주식운용본부장은 “5년 전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선진국에는 위기, 신흥국에는 기회였지만 지금 미국발 출구 전략 국면은 선진국에는 기회, 신흥국에는 위기”라면서 “결국 5년간 선진국들은 돈을 마구 찍어내 신흥국에서 돈을 벌어들임으로써 내부의 문제를 해결한 셈인 반면 신흥국들은 5년간 선진국들의 돈으로 잔치를 벌였다가 끝내 쌓였던 부를 고스란히 선진국에 돌려주는 처지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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