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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정신질환 노숙인 집중 관리…238명 거리서 벗어나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지난해 12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4번 출구. 혹한의 날씨 속, 바깥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출구 앞에 오랫동안 씻지 않은 듯한 이모 씨가 서 있었다. 엉킨 수염에 어깨까지 자란 머리를 한 그에겐 심한 악취가 풍겼다.

가랑이부터 무릎까지 찢어진 바지를 보고 서울시 정신보건상담팀이 새 바지를 주고 갈아입으라고 하자 이씨는 “삶 자체가 큰 추위야”란 말만 반복했다. 정신보건상담팀은 이후 상담을 위해 11번 시도 했으나 이씨는 상담뿐 아니리 음식물까지도 거부했다. 결국 정신보건상담팀은 이씨를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진단, 사례회의를 열고 입원시키기로 했다.

응급환자 후송단의 도움을 받아 올해 1월 10일 시립은평병원에 입원한 이씨는 이름과 생년월일을 답했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경찰의 도움으로 찾았다.

같은 달 16일 이씨는 깔끔해진 모습으로 상담팀에 “감사하고 따뜻한 곳에서 지내니 좋다”며 인사를 건넸다. 3월 26일에는 퇴원 후 자활시설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일주일 뒤에는 다른 환자들과 탁구를 칠 정도로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4월 10일 퇴원 후 ‘은평의 마을’에 입소한 이씨는 3개월 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다른 입소자들과 원만히 지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6개월간 이씨처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장기간 방치된노숙인 413명 중 277명이 입원하거나 요양 시설 등에 입소했으며, 이 중 238명이 노숙 생활에서 벗어났다고 10일 소개했다.

시는 작년 12월부터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 ‘정신과 전문상담팀’을 구성해 8명의 직원이 매주 3회씩 서울역 등 노숙인 밀집지역을 찾아 야간진료를 하고 있다.

상담팀은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증상을 관찰ㆍ기록하면서 노숙인들의 입원ㆍ입소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또 치료받은 사람들이 다시 노숙 생활에 빠져들지 않도록 병원, 시설, 임시주거지를 주기적으로 방문ㆍ상담하고 있다. 노숙인 277명 중 상태가 심각해 은평병원 등 전문의료기관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노숙인은 138명, 재활시설 등에 입소해 치료를받은 노숙인은 80명이다. 32명은 가정으로 복귀했다.

시는 앞으로 서울역 등 노숙인 밀집지역 뿐 아니라 시내 전역으로 상담팀의 활동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 거리노숙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거리노숙인의 61.9%가 알콜 의존 상태이거나 위험 음주를 하고 있으며 11.7%가 정신질환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호 시 복지건강실장은 “노숙인 중에는 알콜의존증을 비롯한 정신과적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며 “얼마 전 문을 연 알콜해독센터와 상담팀 간 협력을 통해 노숙인들의 재활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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