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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뜨거워진 지구 ‘애그플레이션 유령’ 이 배회한다
온난화 영향 20년내 옥수수 12%이상 감소
소맥·대두도 2050년께 30%이상 줄어들듯
지난 반세기 동안의 농업혁명 전복될 위기

세계인구 30%는 식량난 불보듯
홍수·가뭄 등 기상이변에 물가쇼크 직면
선진국 등 기후변화 국제적 공조 시급


더운 지구, 식량난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세계 각지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작황 부진에 따른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극심한 가뭄과 홍수로 인한 곡물 수급 차질은 곡물가격 파동으로 이어져 2008년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애그플레이션’의 망령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기상이변, 곡물수확량 급감=지구 온난화는 지난 50년간 인류가 이룩해 온 농업 혁명을 전복시킬 만한 위력을 갖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레딩대학교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지구 온난화 여파로 20년 내 옥수수 수확량이 12%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향후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이 없다면 소맥, 대두의 수확량도 2050년까지 3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드워드 호킨스 레딩대 교수는 “지난 반세기 동안 농업은 비료와 관개사업 발전으로 주요 곡물 수확량을 증가시켜왔지만 앞으로 우리는 수확량 둔화를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식량 안보 위협은 기아 인구 증가로 귀결된다.

유엔은 “현재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세계 인구는 전체 70억명 중 10억명에 달하지만, 이 수치는 2050년 세계 인구 90억명의 30%인 30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도 2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프리카 상황은 더욱 심각해 2050년까지 기아 인구가 2억명 늘고, 영양결핍 아동도 2400만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유엔 세계식량프로그램의 수석 정책사무관 리처드 숄라턴은 “20년 전과 지금이 다른 점은 기후 리스크가 심한 지역에 사는 인구가 훨씬 늘어났다는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6억5000만명이 비가 오지 않는 건조 기후 혹은 반건조 기후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 사람들이 홍수와 가뭄 등 기상이변은 물론 물가인상 쇼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곡물가격 상승 공포=아일랜드 최초의 여성대통령 메리 로빈슨이 이끌고 있는 ‘메리로빈슨기후정의재단(MRFCJ)’은 “세계 인구와 소득 증가로 2050년 곡물 가격은 40~50%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이유다. 2008년 한차례 곡물파동을 경험한 지구촌은 식량수급 불균형에 따른 미래 농산물 가격 인상이 예사롭지 않다.

당시 세계는 호주 가뭄 등 기상악화가 초래한 작황 부진에 따른 생산량 감소와 경작지 감소, 중국과 인도 등 브릭스 국가의 경제성장으로 인한 곡물 수요 증가와 투기성 자본 유입, 또 식량 자원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각국 식료품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2010년과 2012년에도 러시아와 미국의 최악 가뭄으로 곡물가격이 고점까지 올라 애그플레이션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가디언은 “지구 온난화는 식량 안보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정치 불안까지 야기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2010년 발생한 ‘아랍의 봄’은 독재정권에 대항한 민주화 운동으로 기록됐지만, 시작은 밀가루 등 물가폭등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에서 시작됐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기후변화 국제공조 시급=하지만 식량난도 양극화를 보여 국가간 정책공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은 심각한 반면 유럽, 미국, 아시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15개국 CGIAR(국제농업연구협의그룹) 식량연구센터 수장인 프랭크 리츠베르만은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현 상태에 만족하는 경향이 있지만, 전 지구적 식량난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수많은 식량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들이 유럽과 미국으로 넘어오면 그제서야 선진국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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