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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북, 진정 대화 원하면 잡다한 조건 떼길
남북관계에 해빙의 급물살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 강행으로 경직일로를 치달은 지 7개월 만의 일이다. 현충일인 6일 남북 공히 제안과 수용, 그리고 새 제안을 주고받으며 꽉 막혔던 숨통을 텄다. 더 지켜볼 일이지만 이 정도 소통을 이룬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크다. 더구나 북한은 우리 측의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에 더 붙여 금강산 관광 재개와 필요하면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문제도 협의하자고 응했다. 순조로운 진행과 예상 밖의 성과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북한이 때와 장소를 우리 측에 일임하고 특히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제안임을 분명히 한 것도 눈여겨 볼 점이다. 그렇다면 오는 12일 서울에서 장관급회담을 갖자는 우리 측의 확대 제의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아울러 회담 준비를 위한 통신망 복원 등 우리 측이 요구한 제반 실무조치에도 주저 없이 임함으로써 큰 진전을 위해 앞길을 미리 트는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를 정상화하자면 많은 정성과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인내가 필요하다. 돌아 온 갈등의 길이 너무 험했기에 한꺼번에 화해의 손길을 덥석 잡기는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가 시급하다. 폐쇄에 따른 시설 부실화는 더 지연시킬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장마철을 앞두고 한 번만이라도 가봤으면 하는 입주 업체 관계자들의 간절한 바람을 먼저 헤아려야 할 것이다.

회담에 임하면서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은 북한의 진정성 여부다. 갑작스런 회담 수용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간 정상회담 직전이라는 점은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출구 시점을 찾다 막바지 궁여지책으로 택하지 않을 수 없던 상황이기도 하지만, 북한은 최대 현안인 비핵화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삼가고 있다. 핵 문제만큼은 미국과 직접 협의하겠다는 종전의 태도에서 반 발짝도 움직임이 없다는 증거다. 남북 대화를 통과의례인 양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당국 역시 이점을 충분히 유의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막상 회담 테이블에 앉아서는 엉뚱한 소재를 들이대고 과거 일을 놓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트집 잡으려 든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것부터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남북 장관급 회담이 성사된다면 6년 만의 일이다. 성공여부는 결국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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