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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황해창> 이산가족 상봉, 민족 차원의 孝다
정치적으로 꼬여도 인륜의 끈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미래를 위한 교류ㆍ협력의 산물이라면 이산가족 상봉은 과거에 대한 화해의 상징 아니던가. 통한의 분단사에 있어 그나마 생이별의 고통을 달랠 유일한 길, 이산가족 상봉은 민족차원에서 귀히 다룰 효(孝)의 문제다.



정전 60주년, 세월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남북이산가족 상봉 남측 신청자 중 40% 이상이 이미 세상을 떴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지난 2월 말 현재 통계치니 두서너 달이 지난 지금 적잖은 변고가 있었을 것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신청자 7만4000명 중 90대 9.6%, 80대 40.7%, 70대 30.4%로 70세 이상이 81%라는 사실이다. 시간과의 싸움에 턱없이 역부족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산가족 문제는 거의 방치돼 있다. 실제로 민간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마저도 2007년 540건을 고비로 내리 몇 년간 급감하더니 지난해는 고작 6건에 불과했다. 당국 간 합의 상봉은 2011년 이래 아예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만큼 남북 간에 곡절이 많았다는 증거다. 이유야 어떻든 이산가족 문제를 외면한다면 역사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연로한 이산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줄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다.

꼭 30년 전, 그러니까 1983년 6월 30일 밤 10시15분. 가수 패티김의 애잔한 노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시작으로 문을 연 ‘6ㆍ25전쟁 국내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기억할 것이다. 분단의 서러움에 혈육에 대한 그리움이 범벅이 된 처연한 그 현장. 전국 전역에서 눈물의 사연을 들고 몰려든 한 많은 구름인파. 장장 138일간 밤낮으로 온 국민을 눈물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78%라는 놀라운 시청률. 과연 왜일까. 국내 상봉도 이 정도인데 남북으로 찢어져 생이별을 당한 이들의 심정은 어떨까. 나는 개인적으로 할 말이 많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장인이 바로 그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안타까워 써 뒀다는 아내의 비망록 한쪽.

‘울 아부지, 1926년 함경남도 단천에서 태어나셨다. 분단직후 지주제 폐지 및 토지 재분배 사건 와중에 가족 친지의 간청에 혈혈단신 고산준령 풀뿌리 연명으로 월남에 성공하셨다. 6ㆍ25 한국전쟁이 터지자 초급 장교로 임관, 북진에 성공해 고향땅을 밟았지만 결국 혈육의 행방을 끝내 확인하지 못하셨다. 통한의 1ㆍ4후퇴로 낙동강 방어선(포항ㆍ안강지구)에서 포탄과 총탄을 맞고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셨다. 척추 부위에 여럿 파편을 담고도 꼿꼿하게 건강을 유지하며 평생 교육계에 몸담으신 뒤 2009년 5월 17일 83세를 일기로 눈도 못 감으시고 한 많은 생을 마감하셨다. 금강산 관광 5회나 다녀오셨다. 국가유공자로 경북 영천 호국원에 육군소위(화랑무공훈장 수훈)로 영면 중이시다.’

현충일인 6일, 때마침 북한이 우리 측의 당국자 회담 제안에 화답했다. 아니, 더 폭넓게 개성공단 문제는 물론 금강산 관광사업과 이산가족 상봉도 논의하자는 것이다. 속단은 이르지만 중심 꽉 잡고 인내한 보람이 있어 보인다. 남북 당국 모두 진정성으로 미래를 보아야 한다. 정치적으로 꼬여도 인륜의 끈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미래를 위한 교류ㆍ협력의 산물이라면 이산가족 상봉은 과거에 대한 화해의 상징 아니던가. 통한의 분단사에 있어 그나마 생이별의 고통과 한을 달랠 유일한 길, 이산가족 상봉은 민족차원에서 귀히 다룰 효(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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