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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기부문화, 트렌드가 바뀐다
“외국인코치는 실제로 처음 봤어요. 이런 드리블 기술도 처음 배워봐요. 정말 재미있어요!”

지난달 31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 제주에 단 하나 뿐인 여자농구팀의 김수미(10ㆍ한천초4) 양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TV중계에서만 보던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과 한 팀이 돼 미니게임을 하고, 낯선 외국인코치(삼성생명 커크 콜리어 코치)에게 다리 사이로 요리조리 볼을 튕기는 신기한 드리블 기술도 배웠다. 함께 참여한 성남 수정초의 전희교(10) 양은 “프로 선수들이 하는 돌파와 스텝도 더 배우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이날은 현역선수들 뿐 아니라 김화순 성정아 최경희 정은순 등 삼성생명 여자농구단이 배출한 ‘레전드’들이 모두 모였다. 과거와 현재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 ‘미래’의 농구스타들에게 꿈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스포츠 기부 문화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과거엔 구단과 협회,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도한 단발성 기부가 전부였다면 지금은 선수 중심의 기부, 참여 위주의 기부로 바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삼성스포츠단의 재능기부 프로그램인 ‘드림캠프’다. 삼성스포츠단 산하 12개 팀이 돌아가며 매달 유소년 선수들을 만난다. 지난 3월엔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의 오승환 배영수 등 간판투수 6명이 대구지역 초등학교의 유망주 투수 12명의 멘토가 됐고, 4월엔 삼성화재 배구단 스타들이 연고지인 대전 시내 초등학교의 배구 선수들을 만났다.

1984 LA올림픽 은메달 주역 성정아(수원 영생고 교사)는 “우리 때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본다. 여자농구 인기가 예전만 못해 걱정했는데, 오늘 보니 미래가 아주 밝다”며 흐뭇해 했다.


박정은 삼성생명 코치는 “고등학교 때 우상이던 전주원 언니를 만났던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의 두근거리던 감동은 내가 선수로 뛰는 동안 내 가슴 속에 살아 있었다. 내가 받았던 꿈과 추억을 대를 이어 어린 선수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다”고 했다.

삼성스포츠단의 안현호 부장은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가 초등학교 때 우상이던 이승엽을 만난 뒤 그 추억을 동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섰다고 한다. 드림캠프가 많은 꿈나무들에게 그런 소중한 꿈을 안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삼성스포츠단은 프로스포츠 뿐 아니라 레슬링, 배드민턴 등 아마추어 종목도 드림캠프를 운영하면서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방침이다.

‘역도스타’ 장미란도 지난 3월 ‘K team 스포츠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박태환(수영), 이용대(배드민턴), 김재범(유도), 신아람(펜싱)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대거 포진한 국가대표 멘토단을 구성해 아마추어 스포츠 꿈나무 육성에 발벗고 나서기로 했다.

멘토링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선수를 비롯한 구성원 전체가 하나가 돼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기부 형태도 있다. 올해로 출범 30돌을 맞는 프로축구도 의미있는 기부문화를 선보였다. 연맹과 구단 임직원, 선수들, 심판까지 1000여명에 달하는 K리그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매월 기본급의 1%를 기부하는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펼친다. 


아예 타이틀을 ‘자선’으로 못박은 대회도 있다. 올해 새롭게 창설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E1 채리티(charity) 오픈은 대회를 통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과 연계해 기부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의미에서 대회명을 이같이 결정했다. 선수들과 주최사인 E1이 각각 총상금의 10%인 6000만원씩을 기부하고 갤러리들도 동참해 기금을 적립, 골프 유망주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 스포츠의 기부 트렌드가 다양화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스포츠 저변확대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미국 메이저리그엔 기부와 자선 등 사회공헌을 한 선수에게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을 수여한다. 우리도 이같은 상을 제정해 보다 적극적이고 폭넓은 기부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자선과 기부 문화의 확대야말로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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