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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남들 안간 새로운곳 개척…후배들에 노하우 전수까지…月 매출 1500만원은 거뜬
LG생건‘ 방판 여왕’조현순 이사
“한 두어달 하고 그만둘 줄 알았는데….”

LG생활건강 방문판매 사업부 중 마포지사의 조현순(45) 이사가 실장으로 승진했을 때 상사가 했던 말이다. 조 이사는 당시 상사가 이 같은 말을 한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웃었다.

조 이사가 처음 화장품 방문판매원이 된 첫 달에는 본인이 쓰려고 구매한 화장품 20만원이 실적의 전부였다. 두 번째 달에도 실적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랬던 그가 14년 만에 ‘방판의 여왕’이 됐다. 한 달에 그가 올리는 평균 매출이 1500만원. 잘나올 때는 2000만원도 거뜬하다. 고교 시절 반 친구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다 울음을 터뜨렸을 정도로 수줍음이 많았다는 그가 어떻게 영업을 하면서 ‘걸어다니는 중소기업’ 못잖은 실적을 올리게 됐을까.

조 이사의 성공 모토 3가지를 꼽자면 ▷맞춤형 컨설팅을 하라 ▷남들이 안 간 곳을 개척하라 ▷조직을 키워가며 함께 일하라 등으로 들 수 있다.

조 이사는 “영업은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1, 2, 3 숫자가 쓰여진 화장품 샘플을 작은 주머니에 넣어 여러 종류로 분류해 갖고 다닌다. 만나는 사람을 찬찬히 살펴보고 피부 상태에 맞게 샘플을 건네며 “숫자가 써진 순서대로 딱 3일만 써보고, 3일 후에 더 좋은 샘플을 갖고 오겠다”고 전한다. 3일 후에 고객을 만나면 십중팔구 “피부가 정말 좋아졌다”고 감탄하며 여지없이 제품을 구매한다. 샘플을 분류해 놓은 주머니도 피부 상태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해놨다. 그만의 맞춤형 컨설팅인 셈이다.

일찌감치 병원, 우체국 등 문턱이 높은 곳을 개척한 것도 그의 차별화 전략이다. 그가 처음 찾았던 병원에서는 그야말로 ‘뜨내기’ 취급을 했다. 그러나 “얼마나 하는지, 어디 한 번 해보라”며 팔짱을 꼈던 직원은 조 이사가 “고객님 피부는 노화된 각질이 쌓여있고, 이게 제때 떨어져 나가지 못해 화장을 해도 들뜨는 것”이라며 콕 집어내자 “선생님”이라며 그에 대한 호칭부터 바꿨다. 이후 병원에 있는 직원들을 줄 세워 소개시켜 줄 정도가 됐다.


10년 전 개척한 우체국도 여의도 우체국 등 인근 우체국까지 고객이 확장됐고, 아직까지도 단체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보통 영업맨들이 노하우 공개를 꺼리는 것과 달리, 조 이사는 사람을 대면하고 발품을 팔아가며 얻은 영업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꼼꼼히 가르친다. 가끔 후배들에게 통장을 보여주면서 동기부여도 해준다. 그는 “나와 함께 일할 사람들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혼자 하면 1000만원을 팔건, 2000만원을 팔건 재미가 없어요. 서툴렀던 식구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30만원 팔았다고 전화할 때, 제 실적 올린 것보다 훨씬 좋아요. 사회는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는 최근 여의도나 연남동 등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여의도 식당가 쪽에 중국 동포들이 많잖아요. 그 중에 저와 같이 일할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조 이사가 함께 일할 사람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파는 것은 방문판매원으로서 그의 시작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세 아이를 두고 주부로 지내면서 ‘무언가 하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답답한 심정에 갇혀 있었다.

매일 독서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그는 유명 경영실용서인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 나온 “사회의 일원으로서 뭔가 하고 싶다면 영업을 해보라”는 말에 꽂혔다. 두려운 마음을 달래며 첫발을 내디뎠던 방판업이 지금은 그를 ‘여왕’의 자리에까지 올려줬다.

“두려움 때문에 주춤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 안에 있는 열정을 끌어내주고 싶다”는 그는 자신의 출발점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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