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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고객전화는 생명줄”…통화중 전화올라, 휴대폰 2대 항시대기중
자동차 판매왕 9인…그들의 특별한‘ 영업 비결’
항상 블루투스 이어폰 착용
지역정보신문 광고·깔끔한 외모 기본
“한명이라도 더 만나야” 결국 인맥싸움




화려하다. 부럽다. 그리고 궁금하다. 월 소득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이들은 전국 영업사원 선망의 대상이다. ‘판매왕’, 매년 이 세 글자를 얻기 위해 전국 수많은 자동차 영업사원이 꿈을 품고 고객을 만난다.

국내 완성차 5개사 그리고 독일차 4개사 등 총 9개사의 판매왕. 이들 9명이 지난해 판매한 총 차량 수는 2000여대에 이른다. 한 사람당 200대 이상씩 팔았으니, 365일로 계산하면 1.8일마다 차를 한 대씩 판매한 셈이다. 물론 ‘주말이나 공휴일 하나 없이’ 일을 했을 경우다.

그런데 사실 이 계산이 틀린 게 아니다. 실제로 이들은 주말과 공휴일 단 하루도 쉼없이 일을 하고 있다. 근무시간이 하루 12시간 이상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휴대폰과 붙어 산다. 판매왕이란 이름은 하루 아침에 공짜로 얻은 게 아니다. 국산ㆍ수입차업계 9명의 판매왕을 통해 그들의 비결과 애환을 엿봤다.

▶‘쉿’, 나만의 영업비결=각 판매왕은 각자의 독특한 판매 노하우가 있었다.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게 공통의 목적이지만, 이를 위해 각자 개성 넘치는 수단을 발굴해냈다.

현대차 판매왕인 임희성 차장은 항상 블루투스 이어폰을 착용한다. 손에는 2G폰 두 대를 들고 있다. 영업사원에게 고객 전화는 생명줄과 같다. 어느 상황이라도 전화를 받고자 블루투스를 착용하고, 통화 중에도 다른 통화를 이어가기 위해 2대의 휴대폰을 쓰고 있다. 

임희성 현대차 차장

‘전국 판매왕 1등 임희성’이라고 크게 적혀 있는 그의 차는 충남 공주에선 ‘명물’로 통한다.

임 차장은 “고객관리 때문에 ‘017’로 시작하는 번호를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기석 르노삼성 팀장은 10년 이상 지역 정보신문에 꾸준히 광고를 싣고 있다. 본인의 사진과 소개를 담은 광고다.

남 팀장은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10년째 꾸준히 광고를 이어가니 이제는 먼저 얼굴을 알아보는 고객도 늘어났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용운 한국지엠 이사는 구두 굽이 닳게 되면 바로 새 구두를 산다고 한다. 아무리 깨끗하게 닦아도 결국 새것처럼 깔끔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 그만큼 외모 관리도 판매왕의 필수 덕목이다.

김태우 쌍용차 부장은 정비사업소에 고객보다 먼저 전화를 돌린다. 고객이 갈 예정이니 좀더 신경써달라는 부탁 전화다.

김 부장은 “정비소에서 ‘특별히 신경써달라는 전화받았습니다’라는 말만 해줘도 고객 입장에선 기분이 좋다”고 강조했다.

영화를 보거나 잠을 잘 때도 항상 휴대폰을 켜놓는 것도 그만의 습관이다. “어떤 상황, 어떤 시간이라도 항상 고객 전화를 놓쳐서는 안됩니다. 영업사원의 기본이죠.”


▶결국 인맥싸움, 한 명이라도 더 만나라=판매왕의 가장 중요한 비결을 묻자 역시나 예상대로 ‘사람’이란 대답이 돌아온다. 세상이 발전해도 결국 ‘사람 대 사람’의 인연이 곧 영업이란 공식은 불변인 모양이다.

류재현 아우디 팀장은 고객을 만날 때마다 아무리 바빠도 세차를 잊지 않는다.

류 팀장은 “최대한 깨끗한 모습으로 고객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 인간적으로 좋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임희성 현대차 차장은 다른 지역에서 문의가 오면 그 지역 영업사원을 소개시켜준다고 한다. 한 명이라도 고객을 늘려야 하는 영업사원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든 일.

그는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면, 가깝게 챙겨줄 수 있는 영업사원에게 구매하는 게 좋기 때문”이라며 “이런 고객과 인간적으로 인연을 맺으면 나중에 더 많은 고객 유치로 이어진다”고 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판매왕을 놓친 적 없는 정송주 기아차 부장은 “매일 주택가를 돌며 주민을 직접 만나 인맥을 넓혔다”며 “모든 고객에게 똑같은 기준으로 차를 판다는 원칙을 갖고 인맥을 쌓는다”고 조언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왕 신동일 부장은 매년 고객에게 황태를 전달해주고 있다. 그가 ‘황태사나이’로 불리는 이유다. 고객에게 정성과 고마움을 표현하는 그만의 방식이다.

▶31세부터 68세까지, 영업사원의 한계를 잊다=지난해 폴크스바겐 판매왕에 오른 오재혁 팀장은 나이가 31세에 불과하다. 이제 막 사회에 입문했을 나이인데, 판매왕까지 올랐다.

오 팀장은 “열심히 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다. 젊은 감각으로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 고객을 만난다는 자세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일선 현장에선 60세 이상까지 활동하는 영업사원도 적지 않다.

이용운 한국지엠 이사는 “주위에 68세임에도 여전히 현역에서 활동하는 영업사원도 있다”며 “의지가 있다면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다”고 했다.

취재를 마치고서 부족한 인터뷰를 보충하고자 판매왕에게 전화를 걸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노래소리와 함께 안내 멘트가 공통적으로 들린다. 통화연결음조차 이들에겐 영업이었다. 이 정도는 해야 판매왕이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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