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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성장소설의 원조 이순원의 ‘19세’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성장소설 붐을 일으킨 건 ‘완득이’지만 원조는 이순원의 소설 ‘19세’다. 신체적ㆍ정신적 완전탈바꿈을 시작하는 13세에서 19세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19세’는 초판이 나온 지 14년이 지났지만 그대로 현재성이 있다. 더욱이 소설의 배경이 44년 전 얘기라면 더욱 아득하지만 거리감이 전혀 없다. 사실적이면서 자극적이지 않고, 삐딱하면서도 어긋나지 않는 이야기는 작가가 지닌 균형감에서 나온 듯하다.

소설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화자가 청소년 시절로 돌아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어떻게 거쳐왔는지 생생하게 복원해 들려준다.

정수는 서울대에 간 개천에서 용난 형과 달리 공부는 웬만큼 하면서도 그닥 매력을 못 느낀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이유로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고로 진학하고 교복과 책을 불태우는 일탈행위를 거듭하다가 결국 고랭지를 얻어 농사를 짓는다. 양쪽 어깨가 짓물러진 자리에서 피와 고름이 함께 터지는 노동을 하며 고생 끝에 성공한다. 그렇게 번 돈으로 정수는 오토바이를 사 몰고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을 들락거리다 문득 깨닫는다. 자신의 행동이 ‘어른 노릇’이 아니라 ‘어른 놀이’였다는 것을. 같은 나이의 다른 아이가 못하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가 다 하고 있는 것을 자신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 것이다. 정수는 나이에 맞는 경험과 그 경험에서 나온 성찰이 어른의 관문에 들어서기 위해 필요하다는 깨달음에 도달한다.

저마다 특별하고 뜨거운 10대의 내면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정수는 전형적이다. 사회와 가정, 학교에서의 청소년의 고민과 상황은 물질적 조건만 다를 뿐 지금도 마찬가지다. 10대의 끊임없이 흔들리는 내면을 무덤덤하게, 그러면서 청소년의 입말대로 저속한 욕까지 섞어 쓴 익살스러운 문체는 강한 흡인력을 갖는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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