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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살맞게 풀어낸 좋은 도시 이야기
도시마다 경쟁적으로 세계적인 건축가를 내세워 화려한 랜드마크를 세우는 게 유행이다. 튀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고, 튀는 도시가 좋은 도시라는 오해 때문이다. 도시설계 전문가 정석 교수는 튀는 도시 대신 참한 도시를 좋은 도시로 제안한다. 그가 말하는 참한 도시란 ‘자연미가 살아 있는 도시’ ‘역사와 기억이 남아 있는 도시’ ‘우리 손으로 만든 도시’다.

서울은 그런 점에서 보면 참한 도시의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네모반듯한 중국 서안성곽과 다른 구불구불한 한양도성, 파리와 카를스루에의 방사형 도로와 한양의 비스듬히 기울어진 주작대로 등을 비교해보면 서울의 차별화된 독특한 건축철학이 보인다. 또 산과 물줄기를 그대로 살린 서울은 외국 도시전문가들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서울은 여전히 개발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난개발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인사동, 암사동 서원마을 등 서울 곳곳에서 20년간 굵직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저자는 현장에서 목격한 서울 도시공간의 변화를 조곤조곤 들려주며 참한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 제시한다. 수원시 화성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우화관을 복원키로 하면서 폐교될 신풍초등학교 신풍분교장의 예를 통해 저자는 오래된 건물과 장소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사람들의 삶과 삶터 역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설은 문화인식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건설현장에서 발굴된 서울 성곽 아래로 물이 흐르도록 만든 이간수문과 옛 훈련도감의 부속기관이던 하도감의 터가 외국인 설계자가 맡은 디자인플라자로 인해 제자리를 잃은 얘기는 뼈아프다.

저자의 도시건축 철학은 사회문제로 확대된다. 저자는 마을이 살아야 참한 도시가 만들어진다고 본다. 말하자면 공유공간과 관계망의 형성이다. 이를 통해 암울한 도시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빌딩과 아파트로 인식해온 도시에 삶의 터로서의 정체성을 입혀놓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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