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태광, 섬유보다 더 섬세한 ‘3無 나눔’
플래카드·촬영·조끼 없는 봉사
행여 아이들 마음 다칠세라…
기업 홍보보다 수혜자부터 배려

직원들 그룹홈 ‘뻔뻔한 캠프’참가
아이들과 격의없이 유쾌한 시간



지난 25일 서울 연희동 서대문구청 3층 기획상황실. 태광산업 직원 21명이 서울 지역 그룹홈 7곳의 어린이ㆍ청소년 25명과 함께하는 예술활동 프로그램 ‘뻔뻔(fun fun)한 미술 캠프’ 첫날이었다. 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ㆍ청소년이 일반 가정과 같은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7인 이하의 소규모 보호 양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동 보호시설이다.

토요일 오전임에도 직원들은 예술교육단체인 사회적 기업 삼분의이가 준비한 수업에 피곤한 기색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배지ㆍ거울 만들기와 롤링페이퍼를 응용한 ‘롤링 초상화’를 같이 그리며, 수업 초반 이름을 밝히기를 주저할 정도로 자신감이 없고 산만했던 아이들은 어느새 직원들에게 장난까지 칠 정도가 됐다.

더욱이 특이한 것은 수업 현장이었다. 여느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봉사활동 모습과 달랐기 때문이다. 기업명이 새겨진 조끼 등 단체복도, 홍보용 플래카드나 팻말도 없었다. 직원들은 봉사활동 때 으레 찍는 단체사진을 찍지 않았고, 직함 대신 서로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지난 25일 서울 연희동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그룹홈 어린이ㆍ청소년을 위한 예술활동 프로그램 ‘뻔뻔(fun fun)한 미술 캠프’ 첫 시간에서 태광산업 직원과 그룹홈 어린이ㆍ청소년 40여명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수업 현장에는 팻말, 단체복 등 태광의 ‘상징물’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제공=삼분의이]

태광산업의 그룹홈 어린이ㆍ청소년을 위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은 태광그룹이 지난달 사회공헌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따뜻한 가족 만들기’ 선포식을 한 이후 시작한 첫 사업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사회공헌과 달리 기업명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태광산업은 이번 프로그램을 펼치면서 로고가 새겨진 단체복, 홍보용 플래카드ㆍ팻말, 단체사진 촬영을 직원에게 준비시키지 않았다. ‘3무(無) 사회공헌’인 셈이다.

참여하는 직원에게 정장 대신 자유복을 입게 하고, 가능하면 기업명이나 직함 등 회사나 업무 관련 대화는 삼가도록 했으며, 각 그룹홈의 협조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별로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 “가정사에 대한 질문은 자제해 달라” 등의 주문 사항을 받아 지키도록 했다.

성지현 태광산업 사회복지사는 “수혜자 측에서 기업 홍보성 행사 때문에 수치심이나 불편한 마음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홍보보다 수혜자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 회사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태광이 지난달 창립 63주년 기념 사회공헌 선포식을 통해 “함께하는 이웃 개개인을 소중히 생각하고, 인권 존중에 우선 가치를 두겠다”고 했던 약속을 실천하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수혜자 측이나 태광과 함께 사회공헌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수혜자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태광의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 그룹홈의 생활지도사는 “그룹홈 아이들은 부모에게 학대받으며 어른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태광 직원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들이 ‘나도 저렇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태광산업과 함께 ‘뻔뻔한 미술 캠프’를 올해 말까지 진행하는 삼분의이의 서현주 대표는 “ (다른 봉사의 경우) 수업 중간 사진을 찍어 방해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 같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같이 체험하는 태광 직원들의 봉사는 수업은 물론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