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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탈북자 무더기 압송 방기한 외교공관
북한을 탈출해 라오스에 머물던 이른바 ‘북한 꽃제비’ 출신 청소년 9명과 성인 탈북자 3, 4명이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압송됐다고 한다. 15~23세 남녀 청소년 9명은 북-중 접경지역에서 구걸로 연명해 온 북한 고아원 출신이고, 함께 북송된 성인들은 탈북 후 라오스 이민국에 수용돼 있다 한국행을 기다리던 와중에 일이 뒤틀려 되끌려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탈북자는 한두 명씩 북-중 변경지역으로 넘어와 길거리를 배회하다 우리 선교사 부부의 보살핌을 받아왔고, 선교사 부부는 그 수가 늘자 이달 초 버스까지 빌려 번호판을 바꿔가며 고생 끝에 라오스 국경을 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달 안에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에 안착해 미국 입양을 주선하려던 참이었다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뒤틀린 데는 미국 영주권자인 선교사 부부가 라오스 지리에 어두워 라오스 국경수비대의 검문검색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 우선 원인이지만, 우리 외교공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더라면 낭패는 막을 수 있었다기에 충격은 더 크다. 외교부는 라오스 대사관을 통해 탈북자들을 국외추방하지 말고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매일 요청했다지만 내막은 다르게 전해지고 있다. 그 선교사 부부가 한국 정부가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해 라오스 주재 미국 대사관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까지 할 정도였다고 한다. 결론은 무슨 영문인지 라오스 정부가 갑자기 탈북자들을 북송 조치했다는 것이다.

우리 외교공관이 과연 얼마나 정성을 쏟았느냐가 문제다. 탈북자 단체에 따르면 라오스 루트의 경우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라오스 정부의 태도가 왜 돌변했는지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외교당국이다. 특히 북한 요원들은 라오스 정부로부터 이들을 인도받은 지 하루 만에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타면서까지 감쪽같이 빼돌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재 없이 중국 법망을 교묘히 따돌릴 수 있었던 것은 출국 비행기 티켓이 있는 경우 특별한 수속절차 없이 24시간 안에 제3국으로 빠져 나갈 수 있는 중국의 ‘통과비자’를 외교관 여권을 소지한 북한요원들이 이용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탈북자 강제압송에 007작전을 응용하는 데 우리 당국은 더듬이인 꼴이다.

강제 압송자들의 앞날이 걱정이다. 김정은 체제 이후 탈북자 무더기 적발과 강제북송은 거의 없어 보란 듯이 처형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깊은 반성과 함께 차제에 제3국 경로 탈북에 대한 현지 공관 수칙 등을 시급히 새로 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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