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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1ㆍ2ㆍ3ㆍ4호선 역명에 얽힌 이야기
- 대학들 학교 인지도 위해 앞다퉈 역명 변경 요구

- 젊은이들이 몰리는 곳, 2ㆍ4호선 대학 대거 포진


서울에서 가장 분주한 흐름들이 모여드는 곳, 바쁜 공간은 다름 아닌 지하철역이다. 거의 매일 만나는 지하철역. 지하철역의 이름들은 어떤 이들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만남과 기대를 갖게도 한다. 어쩌면 거대한 도시에서 지하철역이름은 대표적인 감성아이콘일지도 모른다. 역 이름만 봐도 누군가가 떠오르고, 어떤 일이 생각나고, 또 다른 인연들이 만들어질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이제 불혹인 40살이 된 서울 지하철의 역사 속에서 특히나 1기 지하철로 불려지는 1~4호선 120개 역의 이름을 살펴보면, 도시의 이야기, 변화의 흐름을 만나볼 수 있다.

▶지하철역명, 대부분 행정구역명에서 유래=서울 지하철 1~4호선 120개 역의 역명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역은 개통 당시 해당 지역의 동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120개 역 가운데, 절반이 넘는 62개 역이 위치한 행정구역상의 동명을 그대로 차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신설동역, 제기동역 등 행정구역명을 동 이름을 그대로 옮겨 놓은 역명은 1호선에 5개, 2호선에 26개, 3호선에 16개, 4호선에 15개 분포돼 있다.

이처럼 1기 지하철 역 이름에 행정구역 상의 지명이 많이 포함된 것은 지하철 건설 당시에만 해도 서울이 광범위하게 개발되지 않아 지역을 대표할만한 특정 시설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지하철이 개통되기 전부터 역 이름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이 펼쳐지게 된다.

또 역사문화유적과 연관된 역명도 11곳이나 된다. 3호선의 경복궁과 독립문이 대표적이며, 1호선의 동대문과 종각, 2호선의 선릉과 낙성대, 4호선의 국립박물관 등도 역사문화유적과 관련된 역 이름들이다.

▶대학 이름 많은 2호선, 4호선, 젊은 층이 몰린다=지하철역 이름만 잘 살펴봐도 서울 시내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을 가늠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 120개 역 중에는 대학 이름이 들어간 곳이 14개 역이다. 대학과 조금만 가까운 곳에 지하철역이 들어서도 대부분 그 이름이 역명에 반영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서울 도심을 순환하는 2호선의 경우 가장 많은 7개의 대학이 역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양대, 이화여대, 홍익대, 서울교대, 건국대, 서울대, 경기대 등이 역명에 등장한다. 이로 인해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학교 대신 “2호선을 탄다”고 말이 나오기도 했다. 두 번째로 역명에 대학이 많이 반영된 노선은 4호선으로 총 5개의 대학이름이 등장한다. 성신여대와 한성대, 숙명여대와 총신대는 오래된 역명이고, 최근에는 미아역에 서울사이버대학이 병기되어 사용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1ㆍ3호선에는 각각 1개의 대학이 역명에 사용되고 있다. 1호선에는 청량리와 병기되는 서울시립대, 3호선에는 동국대가 있다.

대학이 있는 곳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따라서 지하철역 이름만 봐도 젊은 층이 2호선과 4호선을 중심으로 많이 움직일 것이라는 예측을 해 볼 수 있다. 실제로 2호선의 경우 이대역-신촌역-홍대입구를 이어 대학들이 많아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건대입구역과 서울대입구역도 저녁이면 젊은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4호선의 경우 성신여대입구역과 한성대입구, 숙대입구 등에도 항상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이외에도 한양대나 동국대, 시립대 역시도 역 주변의 젊은층 유입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제 역명에도 영향= 1990년대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이후 지하철역명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1~4호선은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기 전에 건설된 만큼 행정관청명이 반영된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1990년대 이후 주요 구청이 역명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총 8개의 구청이 1~4호선 역 이름에 등장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 2호선을 중심으로 구의역에 광진구청이 병기되었으며, 잠실역은 송파구청, 대림역은 구로구청, 용두역은 동대문구청, 서울대입구역은 관악구청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또한 양천구청역과 영등포구청역은 각각 독립적인 역명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또한 3호선의 경우 양재역에 서초구청이 병기돼 있다. 2호선에 구청을 비롯한 행정 관청이 많이 포함된 것은 그만큼 2호선이 서울의 주요 생활 및 행정 거점을 골고루 연결하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시청과 정부종합청사를 합하면 모두 10곳이나 된다.

▶지하철역 이름도 바뀐다=지하철이 개통 당시 붙여졌던 역명 가운데는 지금 사용되는 이름과 다른 역들이 상당수 있다. 1983년 6월 30일 1호선 ‘시청앞’이 ‘시청’으로 바뀌면서 최초로 역명 개정이 됐으며, 이후 총 17개의 역이 중도에 이름이 변경됐다. 2~4호선이 개통됐던 1980년대에 역명 변경이 주로 이뤄졌으며, 2000년대에도 일부 바뀌었다.

역명 변경을 호선별로 살펴보면 1호선의 경우, ‘시청앞’이 ‘시청’으로 바뀐 것이 유일하다. 1974년 1호선 개통 당시에 ‘시청앞’이었으나, 2호선을 신설하면서 ‘시청’과 일원화 위해 역명을 변경한 것.

2호선의 경우는 1984년 동교동에서 따온 ‘동교’역이 홍익대의 요청에 따라 ‘홍대입구’로 변경됐다. 홍대입구의 경우는 건설계획에 올려진 ‘동교’에서 바뀐 이름으로 홍대입구역이 개통될 당시에는 해당 이름으로 개통이 되었다. 이듬해인 1985년에는 ‘화양’역이 ‘건대입구’로 변경됐다. 한편 2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역 명이 두 차례나 변경되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개통당시 ‘서울운동장’역이었으나, 1985년 7월 27일 서울운동장이 동대문운동장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지하철역명도 바뀌게 된 것. 그러다가 2009년 12월 1일,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 들어서면서 다시 한 번 이름이 바뀌게 됐다. 1992년 3월 20일에는 개통 당시 군자차량기지와 연결됐다고 해서 ‘기지(depot)’역이었던 이름이 지역 주민들이 어감이 않좋다고 ‘용답’역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해 변경됐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2004년 7월 1일, ‘구로공단’역이 한국산업단지공단 조성으로 인해 주변 환경이 달라져 ‘구로디지털단지’로 이름이 바뀌었다. 2010년 7월 30일에는 ‘성내’역이 강동구 성내동과 혼동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잠실나루’역으로 개정됐다. 원래 ‘성내’는 역 바로 옆을 흐르는 성내천에서 따온 이름이었지만 성내동과 연관 짓는 시민들이 많아 주민 청원에 의해 개정된 것이다.

3호선은 모두 5개 역의 이름이 바뀌었는데, 1985년 2월 5일에는 3호선 ‘홍은’역이 ‘홍제’역으로, ‘홍제’역은 ‘무악재’역으로 바뀌었다. 건설당시에는 홍제동에 2개의 역이 있어 하나는 ‘홍은’ 다른 하나는 ‘홍제’로 정하였으며, 홍은이 일본식 동명이라 개통직전에 ‘홍제’와 ‘무악재’로 변경됐다. 초기 홍제역은 현재의 무악재역이고, 현재의 홍제역은 홍은역이었다. ‘장충’역도 건설당시에는 지하철역이 들어서는 지역동명을 따랐으나, 개통 직전인 1985년 3월 7일에 동국대학교의 청원에 따라 ‘동대입구’로 이름이 바뀌어 개통됐다. 이와는 달리 3호선 개통 이후에도 역명이 바뀐 경우도 있다. 또한 1987년 5월 1일, ‘중앙청’역은 중앙청의 실체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역과 가장 가까운 문화유적인 ‘경복궁’역으로 개정됐다. ‘화물터미널’역은 역 인근의 화물터미널이 여객터미널로 전환됨에 따라 1990년 4월 1일 ‘남부터미널’역으로 개정됐다.

▶대학의 힘, 역명을 바꾸다=4호선의 경우, 건설계획당시 확정된 역명이 개통되기 직전에 바뀐 곳이 5개 역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4곳은 대학들의 이름으로 역명이 바뀌는 이색적인 기록도 확인된다. 애초에 갈월동에 위치해 ‘갈월’역이었던 것이 대학의 요청으로 ‘숙대입구’역으로 변경되면서, 갈월과 병기됐고, ‘돈암’역은 ‘성신여대입구’로, ‘삼선교’는 ‘한성대입구’로 변경, 병기 됐다. 또 지금 4호선 총신대입구역은 이수역이었으나 당시 총신대생들이 역명변경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여 총신대입구로 변경, 함께 쓰게 됐다. 이후 7호선 개통으로 이수역 단독으로 표기 했으나 한 시민이 소송을 걸어 다시 총신대역으로 바뀌게 됐으며 7호선 남성역은 총신대 바로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역으로 역명이 지어져 총신대를 찾는 사람들이 총신대입구에서 내려 혼란을 겪기도 한다.

이외에도 4호선 서울역은 애초에 지상 ‘서울역’ 및 1호선 ‘서울역과 구분하여 ‘서울역앞’으로 계획되었으나, 개통 전인 1985년 1월 24일에 1호선과 역명 일원화에 따라 ‘서울역’으로 변경됐다.

▶도시의 확장보다 먼저 건설되고 달려온 서울 지하철 1,2,3,4,호선=그러면서 도시의 성장을 주도해온 1기 지하철은 역 이름만 봐도 서울의 성장과 발전은 물론 시민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이름에 녹아 있는 세월의 무게 만큼 서울도 성장했고 우리네 삶도 깊어졌다. 오래된 지하철이라 둔탁하고 덜 깔끔한 느낌만으로 이 초창기 지하철역들을 무시할 사람은 없다. 아직도 4개의 호선은 서울 지하철 승객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으며, 서울 시민과 여전히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이처럼 소중한 우리의 첫 지하철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역 이름에 담겨있는 깊이처럼 다양한 세월의 흐름을 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관심과 지원도 있어야 한다.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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