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만 최근 몇 년 사이 수천 마리의 소가 소도둑들에 의해 ‘납치’되어 식용으로 팔리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28일 보도했다.
소를 숭배하는 전통이 있는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소가 골목을 휘젓고 다니고, 차가 다니는 길 한복판에 버젓이 서 있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인도 사람들은 소가 우유를 짜지 못하면 숨질 때까지 길거리에 돌아다니도록 내버려 둬 왔기 때문이다. 뉴델리만 해도 약 4만 마리의 소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길거리를 떠도는 소들이 도둑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소도둑들은 밤이 되면 길거리에 있는 소들을 밧줄로 묶어 트럭에 태우고 뉴델리 근교의 불법 도축업자들에게 팔아넘긴다고 IHT는 전했다.
소도둑들은 통상 트럭 한 대에 소를 10마리씩 가득 싣고 도축업자들에게 한 마리당 5000루피, 약 90달러에 팔아넘긴다.
8억 명 이상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인도에서 하룻밤 절도로 900달러나 벌 수 있다는 것은 소도둑들에게는 대단한 유혹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소도둑들이 기승을 부리자 인도 경찰은 거리 순찰을 늘리고 검문소를 세우는 등 소 밀매를 막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인도 경찰은 심지어 소도둑들을 검거하기 위해 밀매단에 잠입하기도 한다. 뉴델리시 경찰은 지난해에만 소도둑 150여 명을 검거했다.
지만 ‘소 납치’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뉴델리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
길거리의 소를 납치해 팔아넘기는 도둑들은 폭력조직과 연결돼 있다.
인도의 한 경찰관은 “이들은 주로 길거리를 배회하는 소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지만, 오토바이나 스쿠터를 훔치기도 한다”면서 “최근 한 여인을 납치해 집단으로 성폭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뉴델리에서 소도둑과 도축이 늘어나는 것은 경제발전과 함께 육류를 즐기는 인도인들이 늘어나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인도는 세계 제1의 우유 생산국이자 세계 제 1위의 소 사육국이기도 하다. 인도는 또한 세계 최대의 쇠고기 수출국이다. 물론 인도에서 수출하는 쇠고기는 일반 소가 아니라 버팔로 고기다. 버팔로는 소의 일종으로 털이 많고 등이 굽은 들소를 말한다.
인도는 전 세계 버팔로 가운데 절반가량을 사육하고 있는데, 버팔로는 일반 소와는 달리 신성한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
도축업자들은 소도둑들로부터 사들여 도축한 쇠고기를 버팔로 고기로 속여 시중에 유통한다고 한다. 하지만 뉴델리에는 버팔로 고기가 아니라 진짜 쇠고기를 찾는 고객들에게 몰래 도축한 쇠고기를 공급하는 밀매업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대부분 지역에서는 소의 도축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몇몇 주들은 쇠고기를 갖고만 있어도 벌금을 물린다. 하지만, 무슬림이나 인도의 전통 카스트 제도에서 최하계급에 속하는 달리트 들은 쇠고기를 즐겨 먹는다.
인도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2년 사이에 쇠고기 소비량은 14%나 증가했으며, 이는 대부분 가난한 계층에서 이뤄졌다.
한 인도인은 “인도에서 더 이상 소는 종교가 아니라 비즈니스와 돈이 되었다”면서 “소들이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신성한 존재로 여겨온 거리의 소들을 몰래 납치해 도축하는 사례가 늘자, 힌두교 신도들을 중심으로 뉴델리 시내에 소 피신처를 만들어 보호하자는 캠페인도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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