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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등을 넘어 통합으로> 勞 “법대로 수당 지급하라” vs 使 “5년간 78兆부담 경영타격”
① 노사 불화·갈등의 씨앗 통상임금…무엇이 문제인가?
노동계 입장은
못받은 임금 불이익없게 모든방안 강구
판례불구 고용노동부는 복지부동
행정지침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경영계 입장은
공장이전등 脫한국화 본격화 우려
투자위축·일자리 감소등 악순환 불가피
장기적으론 노동자에 부메랑될수도





지난 수십년 동안 ‘통상임금’이라는 다소 어려운 개념의 전문용어가 노동계는 물론 산업계에서 거론된 적이 없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통상임금 지침을 마련해놨지만, 쓸 일이 많지 않았다. 노동계도 사측에 이와 관련된 문제점이나 보상 등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12년 3월 대구의 운송회사인 금아리무진 근로자 19명의 소송은 대한민국 노동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금아리무진 근로자들은 대법원에서 피고인 사측에 승소했다. 대법원은 “근속 연수 증가에 따라 미리 정해놓은 각 비율을 적용해주는 상여금은 분기별로 지급되긴 하지만 그 금액이 확정된 것으로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금아리무진 판결 이후 통상임금 관련 소송은 봇물을 이뤘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중 GM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하면서 논쟁은 더 커졌고, 노동계와 사용자 측이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과연 이 통상임금을 어떻게 해결돼야 할까?

‘통상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다.

정부가 이렇다 할 안(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ㆍ사(勞使)가 각각의 주장만을 내놓고 있어 갈등의 봉합이 어떻게 될지 해법 찾기가 묘연하다.

노동계는 대법원 판례가 나온 상황이니 원칙대로 판례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수당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용자 측은 노동계의 요구에 정반대다. 최소 38조원을 돌려줘야 할 경우 기업의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한다.

우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그동안 지급되지 않은 수당을 돌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선아 민노총법률원 변호사는 “고용노동부가 일방적으로 지침을 만들어놓고 이것을 따르라고 한 뒤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례가 사용자 측에게 불리하게 나오자 이제는 입법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민노총은 지난 14일 논평을 통해 “지금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은 이미 발생한 체불임금에 관한 사항”이라며 “정부에서 말하는 해결책이 진행 중인 소송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매우 부당하고 고용노동부는 수많은 판례에도 불구하고 행정 지침을 바꾸지 않은 직무 유기를 사과하고 즉시 행정 지침을 판례와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미 확인된 체불임금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모든 노동자가 떼인 돈을 받아낼 수 있게 노력할 것이며, 나아가 임금 체계 개편을 통해 기본급 비중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노총은 “노ㆍ사ㆍ정 대화를 하려면 노동계에 먼저 제안해야 한다”며 “노동부는 꼼수를 그만두고 즉시 관련 행정 지침을 개정하는 것만이 그간의 혼란을 조금이라도 수습하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진행 중인 통상임금 관련 소송과 임금ㆍ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임해 통상임금 범위를 법 취지와 판례에 맞게 확대하는 한편, 노동조합이 없어 이미 발생한 체불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어조를 높였다.

강경한 노동계에 맞선 사용자 측 역시 통상임금에 있어서는 단호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금까지 고정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는데, 돌연 통상임금 산정 범위를 확대하게 되면 재계로선 엄청난 비용 부담을 겪어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영계는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금액만 최소 38조원이고, 매년 8조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경영계 설명대로라면 향후 5년간 지불해야 할 추가 부담금이 모두 78조원에 이르는 셈이다. 이 같은 추가 비용 부담은 기업 경쟁력 약화, 신규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사용자는 물론 노동자들에게도 손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임금은 결국 ‘돈 문제’다. 기업이 통상임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천문학적으로 추산하는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다. 특히나 한 번 비용 부담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매년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재계도 쉽게 양보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고정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늘어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을 새롭게 산정하고, 임금 총액의 증가에 따라 퇴직금, 사회보험 등의 간접노동비용이 증가한다. 경총이 추정한 38조원은 이 같은 파급비용을 모두 계산한 추정치다.

경총 관계자는 “일시에 지불하는 비용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매년 8조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게 문제”라며 임금 상승률까지 고려하면 그 비용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최근 대법원 판결 등에 따라 올해부터 고정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향후 5년간 발생할 추가 비용은 74조원으로 추산된다. 임금 상승률을 고려한 비용까지 합치면 78조원이란 게 경총 측의 설명이다. 그중 28조원은 중소기업의 몫으로 추정돼 중기 역시 막대한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일자리 감소, 투자 위축 등으로 연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영계는 주장하고 있다.

이런 비용 부담에 기업은 신규 일자리 창출을 줄이고, 투자 여력을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과도한 인건비 부담을 피해 노동비용이 낮은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는 ‘탈(脫)한국화’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경총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산업계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경제적 파급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허연회ㆍ김상수 기자/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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