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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원전 OUT” 그래도‘블랙OUT’없는 까닭은…
지난해 50곳중 48곳 가동 멈추고도 여름 전기 남아…봄부터 전력예비율 마음 졸이는 우리가 느껴야 할 점, 그리고 배워야할 점은총
수도 도쿄·제2경제권 간사이 지역
폭염 등 불구 최대 공급량 80%대 유지
국가규제없이도 가정 절전으로 위기극복

절전시스템 도입때 정부서 비용 절반 부담
자발적 전기절약 유도 포지티브 정책 주효



총 50개의 원자력발전소 중 48곳이 가동을 멈췄는데도 일본에서는 지난해 여름 전기가 남아돌았다. 봄부터 전력예비율 전광판을 보면서 하루하루 불안하게 넘기고 있는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크게 두 가지 부문에서 우리와 달랐다. 규제보다는 지원책을 중심으로 한 정부 차원의 에너지 절약 정책에 대다수의 국민과 기업이 동참했다는 점과 이미 원전을 많이 사용하던 후쿠시마 사고 이전부터 준비해오던 에너지 절약 정책이 훌륭했다는 점이다. 물론 국민 생활 한 부분 한 부분은 불편해졌고 산업계도 활력을 내기 힘들었지만 최소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컸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전국을 지역별로 총 10개의 발전회사가 나눠 맡고 있다. 지난해 수도 도쿄에 전력을 공급하는 도쿄전력의 경우 7월 피크기 전력 최대 사용량이 5038만㎾였다. 공급 가능한 최대 전력량의 87.2%에 그쳤다.

오사카, 고베 등 제2경제권을 관장하는 간사이전력도 피크 시 사용량이 2673만㎾로 최대 전력 공급량 2988㎾의 89.4%였다. 도요타자동차 등 공업지대가 밀집한 주부전력 담당 지역에서도 피크 시 사용량이 2478만㎾로 공급 가능 전력의 90%에 머물렀다.

▶원전 강국 日, 원전 없이 예비율 10% 안팎=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땠나.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지난해 9건이 고장으로 발전 정지됐고 이 가운데 한여름인 7~8월에 3건, 한겨울인 올해 1월에도 1건의 고장이 일어났다. 워낙 쉬지 않고 돌려댔던 탓에 고장이 날 법도 하다는 것이 업계의 솔직한 진단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이 거의 돌지 않는 일본은 고장 걱정도 없었고 전력난 걱정 역시 없었다.

지난해 일본 전력회사 10곳 중 9곳은 7월 피크 때도 사용량이 공급 가능한 최대 전력을 밑돌았다. 9개 전력회사의 피크 시 전력예비율은 모두 5%를 넘었다. 올해는 오히려 전력예비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전까지 국내 전력 공급의 29%를 원전에 의존해 왔다. 지금은 원전 50기 가운데 간사이전력 산하 오이 3ㆍ4호 발전소 2기만 가동하고 있다. 그나마 이들 2기도 9월 안전점검을 받을 예정이어서 점검 및 보수기간에 일본은 다시 원전 무가동 상태가 된다.


특별히 국가적 차원의 규제 정책은 없었다. 처음부터 일본의 국민성을 믿고 전기를 아껴달라는 호소가 전부였다. 그 결과 지난해 특히 가정용 전력의 사용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2011년 대비 12.4%나 감소했고 주부전력은 16.1%로 가장 많이 줄었다.

절전 목표를 제시하지도 않았던 도쿄전력 담당 지역에서도 가정용 전기 사용은 14.5% 감소했다. 기업도 야간조업을 확대하고 자가발전설비를 도입하며 정부의 절전 요청에 적극 협력해 전력 사용 감소에 보탬이 됐다는 평가다.

▶기존 에너지 정책만 잘 활용해도=올 여름도 일본 전역은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7월 평균 기온이 일본 중부와 북부는 예년보다 0.8도, 남부는 0.6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일본 정부는 국민의 절전운동 확산에 힘을 보태기 위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조명과 공조기기 등의 전력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면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는 지원책도 준비하고 있다. 지원대상은 1개동당 100가구 전후의 중대형 아파트로 내년 예산에 300억엔(약 4300억원)이 반영된다. 규제보다는 지원책으로 자발적 전기절약을 유도하겠다는 이른바 ‘포지티브 전략’이다.

이미 일본 정부는 지난해 ‘혁신적 에너지ㆍ환경전략안’이라는 에너지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2030년대 원전 없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원전을 대신해 화력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면 발전비용이 증가해 전력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초래하는 것은 뻔한 일이다. 지금도 일본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우리의 2.5배를 넘는다.

일본은 석탄발전 확대로 기존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대폭적인 수정을 요구받자 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25% 삭감한다는 기존 목표를 철회하고, 대신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20% 감축이라는 완화된 목표를 새로 제시했다. 원전 포비아로 인한 궁여지책임을 인정한 대목이다.

우리나라도 에너지믹스 정책을 두고 각계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 겪는 전력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관리 강화와 함께 전력설비 확충이 매우 긴요하다. 우리의 전력수요 증가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공공요금의 대표 격으로 인식돼 인상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크다. 또 국제적으로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도 달성해야 한다. 모두 우리가 안고 있는 에너지 현실이며. 해결해야 할 정책적 과제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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