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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 교통 · 병원 사회기반 서비스 올스톱…전력생산 정상복구엔 최소 일주일
‘블랙아웃’ 대한민국 그 암흑의 하루…
# 2013년 8월 13일 오전 10시30분. 50년 만의 무더위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오전 업무시간 시작과 동시에 냉방과 조명 수요가 치솟았다. 직장 사무실에서 직원이 에어컨 등 전기제품을 사용하면서 정오를 넘어서자 예비전력은 300만㎾ 아래로 떨어졌다. 1차 방어선이 무너졌지만 에어컨 사용은 줄지 않았다.

결국 예비전력이 200만㎾ 아래로 내려갔다. 급기야 오후 2시반에는 예비력이 100만㎾까지 떨어졌다.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수급상황실은 초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곧바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협의를 거쳐 ‘순환정전’에 돌입했다.

전력거래소에서 순환정전 순서를 확인하고 있을 무렵, 엎친 데 덮치는 사고가 났다. 갑작스럽게 50만㎾급의 화력발전소가 멈춰서버린 것. 전력공급량이 순식간에 떨어지면서 결국 수요가 공급을 넘어섰다. 말로만 듣던 ‘블랙아웃’이 현실이 됐다. 전력시스템이 차례로 차단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날 오후 5시 전국의 모든 전기공급 시스템이 정지됐다. 은행과 병원 등 사회기반시설 서비스는 모두 중단됐다. 경인산업단지의 자동차부품업체, 섬유업체 등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은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기계 오작동과 불량생산, 원재료 손해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 상황은 가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블랙아웃이 닥치면 이보다 더한 상황이 현실이 된다. 이미 2011년 9월 15일 우리는 전국적인 정전사태를 경험했다. 당시 753만가구의 전기가 끊겼고, 554곳의 중소업체가 가동을 중단했다. 

은행 417개 지점의 현금인출기(ATM)와 전국 교통신호등 2800여개가 작동을 멈췄다. 병원 수술실의 전기가 나가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는 ‘블랙아웃’이 아닌 ‘순환정전’ 조치만 취한 것이었음에도 전국이 혼란 상황에 돌입했다.

다시 여름이 다가왔다. 특히 기상청은 올여름 더위가 이르게 찾아와 늦게 물러갈 것으로 예상했다. 낮 기온이 33도를 넘고 이것이 이틀 연속 지속하면 50만㎾ 정도 추가 전력 수요를 발생시킨다는 것은 전력업계의 정설이다. 때문에 올 여름, 그만큼 전력난에 대한 공포가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여름 대부분의 전력예비력은 안정적 수준인 400만㎾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계적으로는 8월 2~3주째가 최고 고비로 100㎾가 위협받는다.

특히 결정적 순간에 발생하는 원자력발전소의 고장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고장난 원전의 재가동을 장담할 수 없는 것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지난해 9건이 고장으로 발전 정지됐고, 이 가운데 한여름인 7~8월에 3건, 한겨울인 올해 1월에도 1건의 고장이 일어났다.

일단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최소한의 비상전력이 돌아오기까지 3시간 이상이 걸린다. 완전한 복구까지는 일주일이 지나야 가능하다.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블랙아웃에 의한 전력 공급 중단으로 자동 냉각에 들어가면서 이를 다시 채우는 데 일주일 가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복구작업을 거치는 동안 생산활동 중단으로 입는 직접적인 피해액만 단순계산만으로 11조6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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