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中엔 ‘순망치한’, 日엔 ‘이이제이’…대북 포위망 약한고리 끊는 북의 전략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번 김정은의 첫 중국 특사로 최룡해가 파견된 것은 일본 이지마 이사오 참여(총리자문역)의 방북과 더불어 대북 압박 공조 체제의 ‘약한 고리 끊기’로 볼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제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중요한 역할을 누차 강조했다. 세 나라의 외교장관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연쇄 회담을 펼치면서 6자회담 재개와 대북 제재안 실행을 위한 중층적인 공조 채널을 구축해왔다. 한ㆍ미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한ㆍ미ㆍ중 공조체제의 중요성은 다시 한번 강조됐다. 다음 달에는 미ㆍ중 정상회담과 한ㆍ중 정상회담도 연달아 열릴 예정이다. 북한입장에서는 3각 압박체제가 완성되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조선무역은행의 계좌를 동결하고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을 철저히 지키도록 지역 정부에 명령을 하달하면서 한ㆍ미 양국은 한ㆍ미ㆍ중 대북 삼각 편대의 완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떴다. 박근혜 대통령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해서도 중국도 동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점에서 북한이 내민 카드는 일본과의 대화였다. 최근 미국과 한국의 외교중심이 중국으로 옮겨가고 일본이 아베 내각의 잇딴 극우 행동으로 고립을 자초하면서 소외된 틈을 노린 것이다.

일본은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 정부에도 이지마 참여의 방북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한미 양국이 받은 충격은 컸다. 당시 방한중인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일본 카운터파트와 이야기할 때 논의할 것”이라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고립을 타개할 필요성이 있는 아베 측에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비밀유지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양국은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일 수교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후루야 게이지 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이 이지마 참여가 돌아온 직후인 22일 담화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통해 양국간 수교를 도모하자”고 밝힌 점에서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은 납치 문제가 일본에서 가장 정치적 영향이 큰 외교 이슈임을 알고 국교 정상화의 지렛대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최룡해 특사 중국 파견 역시 중국이 대북 강경노선을 완전히 굳히기 전에 특수적 관계를 복원해 숨통을 틔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룡해 특사 파견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보는데서 북중 관계의 재확인하는 것이며 이는 김정은과 시진핑 간 전략적 파트너로서 계산이 끝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안정되야 중국도 안심할 수 있다는 지정학적 이해관계는 최근 양국의 불편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버릴 수 없는 점을 노렸다는 것.

임을출 경남대 교수도 “김정은 체제 최고 실세인 최룡해가 특사로 가는 것은 김정은의 메세지가 전달된다는 얘기”라면서 "다소 소원해진 중국과의 관계 해소하기 위해서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로써 북한이 대외 유화 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정부의 셈법은 복잡하다. 북한이 중국과 관계를 회복하고 일본과 관계를 개선한다면 대남 의존도를 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 개성공단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는 우리 정부의 대북 지렛대는 그만큼 약화될 전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남북관계 완전 단절’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통일장관회담 등 개성공단을 하루속히 정상화하고 대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약한 고리 끊기’ 전략에 맞서 적극적 대북 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