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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탈세와의 전쟁…한국, 미국, 유럽 역외 탈세 난무
황금알 낳는 거위 뺏길라 각국 전면전 선언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지구촌 전역이 탈세와의 전쟁으로 들끓고 있다.

대륙을 넘나드는 역외 탈세 문제가 한국, 미국, 유럽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자 유럽연합(EU)은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고, 우리나라도 검찰,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관련 당국이 탈세를 발본하겠다는 의지로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급기야 영국, 일본 등 주요 8개국(G8)은 23일 다국적 기업이 법인세가 싼 국가에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를 만들어 세금을 줄이는 것을 막기 위해 공통 규칙을 만들기로 하는 등 국제공조 강화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자고나면 터져나오는 역외 탈세 의혹 사건으로 기업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CJ그룹의 수백억대 비자금 조성과 역외 탈세 파장이 식기도 전에 외국 매체에 의해 245명이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매출 26조원에 재계 순위 14위인 CJ그룹은 압수수색에 이어 주요임원 줄소환, 오너 3남매까지 출국금지를 당하는 등 검찰의 칼날 아래 놓였다. CJ회장 일가는 홍콩, 버진아일랜드에 자회사를 만들어 거액의 자금을 송금하는 등 조직적인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CJ의 세금 포탈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취재한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한국인 245명이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설립한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이수영 OCI회장 부부와 조욱래 DSDL회장 부자,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 부인 등 유력인사가 포함됐다.

이 매체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 총수와 총수 일가 등 이 포함한 2차 명단을 오는 27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혀 2차 파장을 예고했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애플, 구글,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이 거액 탈세 혐의로 이름에 먹칠을 했다.

애플은 아일랜드 자회사로 매출을 옮기는 방식으로 90억달러(한화 약 10조원)의 세금을 회피했다. ‘켈틱의 호랑이(켈트족의 호랑이)’로 불리는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유럽 지역의 법인세율 26~34%에 비해 절반수준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낮다.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낼 세금은 마지막 한 푼까지 다 냈다”며 “지나치게 높은 미국 법인세율(35%)을 낮추라”고 엄포를 놨다.

구글, 아마존, 스타벅스도 역외 탈세 의혹에 휩싸였다. 영국 정치권은 이들 기업이 영국에서 올린 매출을 다른 유럽 본부로 돌리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구글은 2011년 영국에서 32억 파운드(약 5조4000억원)의 돈을 벌었으나 법인세로 600만 파운드(약 100억원)만 낸 것으로 드러났다. 마거릿 호지 영국 하원 공공회계위원장은 지난 16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매트 브리틴 구글 부사장을 향해 “구글이 사악해지지 말자는 구호를 외쳐온 것과 달리 탈세를 위해 사악한 방법을 동원해 왔다”고 비판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영국에서 매출을 65억달러(7조2000억원) 올렸지만, 세금은 370만달러(41억원)만 냈고,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가 영국에 진출한 1998년부터 총 30억 파운드(약 5조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법인세는 860만 파운드(145억원)만 낸 사실이 드러나 곤혹을 치렀다.

유럽은 버진아일랜드,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전통적인 조세피난처가 자리하고 있어 탈세의 온상으로 꼽히고 있다. EU 역내의 탈세 규모는 연간 1조 유로(한화 1441조원)로, 이는 EU 27개 회원국의 전체 의료보장 비용보다도 많다. EU는 탈세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EU의 탈세와의 전쟁은 지난 3월 프랑스를 뒤집어 놓은 제롬 카위작 전 예산장관의 탈세와 돈세탁이 도화선이 됐다. 카위작 전 예산장관은 스위스 20년 전부터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두고 60만 유로를 예치해온 것이 드러내 결국 사임했다.

이탈리아 철강그룹 리바의 에밀리오 리바 회장도 22일(현지시간) 조세피난처에서 22억유로를 압류당하는 등 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EU는 역내 전역에 만연한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 연내 은행비밀주의를 해제하기 위해 계좌정보자동교환 제도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일본 등 G8도 탈세 막기에 가담했다. G8은 내달 17, 18일 영국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무형자산의 정의와 자산가치의 평가방법 등을 통일한다는데 합의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상세한 규칙을 만들라고 의뢰할 방침이다. OECD는 오는 6월 행동 계획을 마련해 7월에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G8이 조세 피난 방지와 관련해 무형자산의 정의와 자산가치의 평가방법을 통일하려고 하는 이유는 다국적 기업이 흔히 특허나 프로그램 등 무형자산을 헐값에 자회사에 양도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세율이 낮은 국가에 있는 자회사가 이 무형자산으로 이익을 냈다며 세금도 적게 낸다는 것이다.

G8 국가들은 모기업이 받아야 할 정당한 대가를 산출하기 위해 공통 기준을 만들어 이를 과세의 척도로 삼을 예정이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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