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당국자 간 실무회담, 디딤돌인가 걸림돌인가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개성공단 잠정 중단 사태가 50여일째를 맞으면서 정부가 원부자재 및 완제품 반출을 위한 당국간 실무회담 개최에 집중하기보다 좀더 큰 틀의 대화제의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오후 정청래, 추미애, 김성곤, 홍익표, 임수경 의원 등 외교통상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원부자재 및 완제품 반출 협상을 위한 실무회담도 좋지만 큰형님 다운 모습으로 보다 적극적인 대화 제의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통일부는 당면한 입주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당국간 실무회담을 진행하면서 상호간 신뢰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개성공단 정상화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원부자재와 완제품 반출을 위한 협상을 제의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단계적 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실무회담이 성공을 거둔 적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박왕자 피살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 중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2월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이 열렸지만 진상규명과 향후 신변 안전보장, 재발방지를 위한 북한의 약속이 필요하다는 우리 정부와, 현대그룹과 이미 합의했다는 북한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결렬됐다. 이후 북한은 남측의 부동산을 몰수, 동결하고 현대그룹의 금강산 독점권을 취소했다.

이어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제의했지만 우리 정부는 자산 동결과 몰수 조치가 취소되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이듬해 7월 북한이 부동산 처분을 경고하자 입장이 바뀌어 우리 정부가 실무회담을 요구했다가 북한은 남측 기업인을 데려와야 한다고 버티면서 개최가 무산됐다

2011년 2월에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군사 실무회담이 북한의 돌연한 태도 변화로 결렬된 바 있다.

홍익표 의원은 “중요한 건 관계 개선과 개성공단 재개지 실무회담 자체가 목적이 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실무회담은 말 그대로 전체적인 의제가 제안된 상태에서 준비 또는 이행하는 과정에서 열리는 워킹그룹에 불과하다”면서 “개성공단을 어떻게 하자는 큰 틀의 그림을 구체적으로 제안하지 않는 이상 지엽적인 문제를 다루는 실무회담에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