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 김윤희> 밀양 송전탑과 ‘숟가락 정치’
밀양송전탑 사태는 그동안 중앙정치권 관심 밖의 일이었다. 지난해 1월 70대 노인이 온몸에 기름을 붓고 자신의 논 근처에서 라이터 불을 붙였을 때도 정치권은 냉담했다. 어쩌다가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한두 명 달려왔지만 그때뿐이었다. 햇수로 7년. 밀양이 외롭게 버텨온 기간이자, 사회갈등 조정 역할을 방기한 정치권의 무관심의 수치이기도 하다.

그랬던 정치권이 한전이 공사를 재개하고 공권력 투입을 예고하자 카메라 앵글을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밀양송전탑 사태가 ‘제2의 용산참사’를 부를 수 있다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21일 오후 원내대표단을 현장에 파견,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최근 민주당이 전면에 내세운 ‘을(乙)을 위한 정치’ 차원이라고 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시간이 없다고 해서 강행으로 처리하는 것은 결코 해법이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말을 꺼내놨다. 앞서 김한길 대표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2~3주 더 기다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새누리당도 팔짱만 끼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밀양송전탑과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송전탑 문제와 관련이 있는 핵발전소의 추가건설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정부 사이에서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한국전력과 지역주민이 충돌한 직후에야 “대화를 통한 현명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공자님 말씀’을 내놓았다.

그런 새누리당이 22일에서야 밀양송전탑 사태를 두고 당정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송전선로 설계 당시부터 주민의견이 철저히 무시된 비민주적 사업과정, 시세와 큰 격차를 보이는 보상비, 7년간 깊어져 온 불신의 골까지 들여다보지는 못한 모양이다. 국가에너지 수급 차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사업비로 고민하는 한국전력과 정부의 고민에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민이 없었으니 해법도 있을 리 없다. 일단 ‘숟가락’이라도 얹고 보자는 해묵은 정치 관행이 일촉즉발의 밀양에서 다시 한 번 되풀이되고 있다.

wor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