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한국은행이 외환은행 주식가격과 관련해 준비하던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중앙은행으로서 국내 금융기관과 유례없는 법정싸움을 벌인다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유야무야되는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달 외환은행과 하나금융지주의 주식교환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외환은행 주식 3950주를 주당 7383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이 가격은 한은의 장부가(주당 1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한은은 올해 1034억원의 막대한 장부상 손실을 입게 됐고, 이 건을 법정으로 가져가 매수가격을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다. 사실상 소송 대상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21일 “한달 동안 변호사 자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지만 현 시점으로선 언제 소장(訴狀)을 법원에 제출한다는 등의 일정이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한은의 소송 검토를 1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게 된 데 따른 불가피한 ‘액션’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으로서는 외환은행 주식을 팔면서 보게 된 손해를 그냥 방관하게 될 경우 결국 국민세금에 손실을 입었는데도 가만히 있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게 나중에 가면 책임 추궁의 소지도 될 수 있는 배경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한은이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모양새가 좋지 않고, 결과적으론 중앙은행으로서의 ‘위신’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요인이 신중론으로 선회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소송 검토 전 지난달 금융당국에 매수가를 올려달라 요청했지만 주가 조정 사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된 바 있다. 한은은 지난 1967년 외환은행 설립 당시 전액(100억원)을 출자했고, 2대 주주로서 외환은행의 지분 6.1%를 보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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