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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21일은 성직자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1473~1543)가 사망한 지 470주기가 되는 날이다. 16세기 당시 교회의 천동설을 거역하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지동설을 주장한 후 규탄을 받다 결국 조국 폴란드 프롬보르크 대성당 지하묘지에 아무런 표식 없이 묻힌 날이다.

다행히 3년 전 대성당 측이 지난날을 반성하며 코페르니쿠스에게 ‘영웅’ 예우를 갖춰 유해를 재안장했다. 머리카락, 치아 등 유해 발굴과 감식을 거쳐 무명씨(無名氏)가 될 뻔한 그의 신원을 어렵게 확인했다고 한다.

코페르니쿠스는 성직자였기에 처벌은 약했지만, 조르다노 부르노는 1591년 지동설을 근거로 ‘세계는 자연’이라고 설파했다가 체포돼 9년 뒤 화형당했고,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1613년 이후 지동설과 관련해 세 차례나 기소됐다 1992년 무죄판결, 2008년 복권됐다.

코페르니쿠스 이전 모든 시대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허상을 거쳐야 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이후 시대에도 대중들까지 허상에서 깨어나는 데 300년, 코페르니쿠스가 복권되는 데 450년이나 걸렸다.


요즘 우주가 자신을 중심으로 돈다고 착각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자기완결적 논리로 꿰 맞추는 과정에서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허리 툭 한 차례 쳤을 뿐” “위안부는 필요했다”는 발언도 그렇고, 국민 수만명을 학살한 자신을 ‘사나운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이라고 치장한 알 아사드 시리아대통령의 퇴진불가론도 그렇다.

허상을 믿게 하려는 모든 시도는 불행의 근원이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하고 행동했다가 그렇지 않음을 확인했을 땐 이미 자신은 치명적 상황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처럼 말이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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