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트렌드에 둔감한 직장인 박동국(36) 씨는 요즘 퇴근길에 회사 근처에 있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생맥주를 마시는 일이 잦아졌다. 얼마전까지 선술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거나 호프집에서 골뱅이와 생맥주로 스트레스를 푼 것과 비교하면 소비문화적 측면에서 ‘럭셔리(?)’한 발전이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불황으로 얇아진 지갑 사정에도 분위기 좋은 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다. 박 씨와 비슷한 사정의 샐러리맨이 늘어나 패밀리레스토랑업계는 ‘밤손님’을 잡기 위해 앞다퉈 프로모션 경쟁을 펼치기도 한다.
낮보다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된 건 아웃백이 테이프를 끊어서다. ‘오지 나잇(Aussie Nightㆍ오후 9~12시)’이란 프로모션을 작년 12월 초 시작했다. 오후 9시 이후 손님에게 파격적인 가격에 음식ㆍ음료를 주는 게 핵심이다. 기존 아웃백에서 보지 못했던 애피타이저와 주류로 구성된 와인ㆍ맥주 세트를 20% 할인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또 아웃백의 인기 메뉴 15개를 최대 15% 할인된 가격으로 주문할 수 있다. 게다가 6500원으로 100분간 생맥주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서울 강남ㆍ양재ㆍ구의ㆍ광주 상무ㆍ부산 남포점에서 시범 운영했다. 별다른 홍보도 없었는데 오후 9시 이후 매출이 50% 이상 뛰었다.
아웃백은 심상찮은 기운을 느끼고 ‘오지 나잇’을 지난 3월 전국 매장으로 확대 시행했다. 대박이 났다. 9시 이후 매출은 배 이상, 이전 대비 240% 증가했다. 주류 성장률을 보면 와인은 배, 맥주는 3배 늘었다.
양재점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28) 씨는 “5만원 정도면 동료와 시원한 맥주와 깔끔한 안주를 맛볼 수 있어 ‘오지 나잇’을 이용한다”고 했다. 아웃백 관계자는 “ ‘오지 나잇’을 시행하고 난 뒤 단체손님과 남자손님 비율이 늘었다”며 “패밀리레스토랑은 2~3명이 오는 경우가 많은데 저녁시간대 단체손님과 9시 이후 남자 고객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T.G.I프라이데이스도 전국 19개 매장에서 자정까지 연장영업을 하는 ‘레잇 나잇’프로모션으로 ‘알뜰 밤손님’을 끌어들이고 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