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월요광장 - 권대봉> 문화재 ‘魂’ 살려야 문화융성 꽃 핀다
서울시청 新·舊 청사의 부조화
숭례문옆 남대문시장 명칭 어색
과거 일제때 ‘區제’가 남긴 잔재들
건축물에도 윤리성 개념 살려야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崇禮門)이 만 5년3개월 만에 우리의 품으로 돌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복구 기념식에서 “숭례문의 부활은 단순한 문화재의 복구 차원의 의미를 넘어서 우리 민족의 긍지를 되살리고 새로운 희망의 문, 새 시대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문화융성의 새 시대를 열려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야지만, 문화재의 혼을 살리고 건축물의 윤리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 건축물의 윤리성이란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설 때 주변 환경과 조화되는 정도를 일컫는다.

숭례문에서 서울시청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신(新)청사와 구(舊)청사가 부조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숭례문에서 차를 타고 서울시청 앞을 지나보면 새 청사 건축물의 윤리성이 빈곤함을 실감할 수 있다. 일제 침탈의 역사적 상징물인 구청사를 철거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전하여 교훈으로 삼는다면 새 청사와 주변 환경과의 조화 정도가 향상되어 건축물의 윤리성이 살아날 것이다.

숭례문 옆의 재래시장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국보1호 옆에 있으면서도 숭례문시장이 아니라 남대문시장이기 때문이다. 문화성이 결핍된 명칭으로 인한 또 다른 부조화이다.

숭례문의 혼(魂)을 담아 남대문시장을 숭례문시장으로 바꾸면 시장 이름과 대문 이름과의 부조화가 극복되고, 명칭의 문화성이 되살아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예(禮)를 숭상(崇尙)하자’는 숭례문의 정신을 기리는 이름을 가진 재래시장을 찾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한국문화가치의 우수성을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문화마케팅이 가능해진다.

과거 일본제국주의 침략자들은 언어와 문화 말살정책으로 한국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일본어를 사용하도록 강요했다. 심지어 성명까지 일본식으로 창씨개명(創氏改名)할 것을 강요했다. 그런 일제가 한민족의 우수성이 돋보이는 우리 문화를 폄훼하여 창경궁을 창경원이라는 동물원으로 만들었다.

일제 강점기인 1943년 6월 10일에 행정구역으로 구(區)제가 실시됐다고 역사학자인 최영창 기자가 일러주었다. 침략자들은 구의 명칭을 만들 적에 흥인지문(興仁之門)과 돈의문(敦義門) 현판에 새겨진 정식명칭 대신에 속칭인 동대문(東大門)과 서대문(西大門)을 각각 차용했다. 그리하여 한민족의 문화적 우수성이 돋보이는 흥인문구와 돈의문구가 아닌 동대문구와 서대문구가 되었다. 재래시장 명칭도 숭례문시장이 아닌 남대문시장으로, 흥인문 시장이 아닌 동대문시장이 됐다.

조선왕조시대의 ‘한양’이 일제에 의해 ‘경성’으로 바뀌었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어 ‘서울’로 바뀌었다. ‘경성’을 ‘서울’로 바꿀 때, 동대문구는 ‘어진 것(仁)을 일으키자(興)’는 흥인문의 혼(魂)을 담아 흥인문구로 바꾸고, 서대문구는 ‘옳은 것(義)을 돈독(敦篤)히 하자’는 돈의문의 혼을 담아 돈의문구로 바꿔 일제의 잔영을 당연히 털었어야 했다.

2013년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었다. 안전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성을 중앙행정부처 이름에 반영한 것이다. 중앙부처 명칭이 중요하다면 자치구 명칭 또한 중요하다. 동대문구청과 서대문구청 등 단순히 방향을 나타내는 명칭을 문화가 깃든 흥인문구청과 돈의문구청 등으로 바꾸는 것은 행정구역 명칭의 문화성을 제고하는 일이다.

건축물의 윤리성을 높이고 문화재 관련 명칭에 인(仁)ㆍ의(義)ㆍ예(禮)를 담는 일은 부조화를 극복하고 침략자들의 잔재를 청산하는 일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하여 겨레의 긍지를 살리는 문화융성의 길을 열면 정치(政治)의 본딧말인 인정예치(仁政禮治)가 구현되어 대한민국이 세계의 문화중심국가로 우뚝 설 수 있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