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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정장선> 김한길과 안철수
野재건 김한길·새정치 안철수
한국 정치지형 바꿀 핵으로…
경제·남북관계 최악인 상황
어떤 역할 해낼지 지켜 볼 일



지금 우리나라 야권의 정치권력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김한길 후보가 당초 예상보다 압도적으로 구주류 지원을 받은 이용섭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고, 친노의 지원을 받은 최고위원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으니 대선 후 그리 심했던 주-비주류 간 갈등은 비주류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의 표현이었으리라.

기대보다 단일화 과정을 매끄럽게 마무리 못해 실망을 주었던 안철수 의원도 4ㆍ24 보선에서 예상을 넘는 득표로, 그것도 자력으로 당선됨에 따라 우리나라 정치의 핵심으로 재등장했다. 희한하게 두 사람 모두 62% 내외로 비슷하게 득표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더 주목을 받을 것 같다. 한 사람은 분열되고 추락할 대로 추락한 민주당을 재건해야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양당 정치가 워낙 고착되어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치를 실현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전부터 새로운 정치를 교감해 온 사이다. 김 대표는 안 의원의 정치권 등장에 많은 괌심을 가졌으며 조언도 해 줄 정도였다. 이제 두 사람 모두 우리 정치의 주역이 되었으니 그 역할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 대표는 불출마 공백 4년을 극복하고 그동안 철벽 같았던 친노와 운동권 중심의 벽을 허무는 데 성공했다.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안 의원도 독과점 형태의 기존 정당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본격적인 정치혁신 경쟁체제로 돌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역할은 이제 시작일뿐이다. 김 대표의 길은 험난하다.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그동안 주창해온 혁신 방안을 실현한다 해도 국민의 신뢰를 되돌릴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압도적 표차의 승리로 인해 당분간은 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겠지만 성과가 없을 경우 당내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다.

안 의원의 경우 여야가 정치혁신 경쟁을 본격적으로 했을 때 그 틈새에서 나홀로 국민이 기대하는 새 정치를 제대로 제시할 수 있을지, 또 어떤 사람들과 해낼지가 과제이다. 앞으로 두 사람이 상호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사다. 협력과 경쟁 상대이지만 여러 여건상 피말리는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으로 두 사람은 하나가 될 것인지, 각기 독자 세력화할 것인지 분명치 않지만 후자 가능성이 높고 또한 중도 진영에 대한 양측의 치열한 쟁탈전은 자칫 경쟁속의 협력보다는 무한 경쟁속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경제 여건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질서 흐름, 남북관계 모두 극도로 악화되어 있고, 국민은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정치는 실망을 넘어 분노의 대상이 되어 있다.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두 사람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두 사람 간 정치혁신의 선의 경쟁은 여당에도 자극을 주어 우리나라 정치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계기가 될 수 있지만 10월 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둘러싸고 치킨 싸움으로 치달을 경우 자칫 공멸할 가능성도 크다. 물론 새로운 정치는 실종되고….

행정부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야당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있다. 문제는 위기의 수위뿐만 아니라 그 본질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이 더 큰 위기이다. 제 역할을 못하는 야당은 정치 전체를 불안하게 하고, 국가를 불안하게 하는 악순환을 계속 만든다. 지금 우리의 정치가 그렇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철저히 관료화된 정당정치를 개혁해야 하는 책무, 국가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 국민에게 희망을 제시해야 하는 책무, 특정계층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 골고루 참여하는 정치 질서를 만드는 책무-아무에게나 이런 책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야당의 몫이다. 주어진 책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오는 역사적 책임은 무한하다. 막중한 책무를 등에 짊어진 두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해낼지 지켜볼 일이다. 

헤럴드경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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