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3권분립인지 3권난립인지…
국회는 의원입법 형태로 법안을 홍수처럼 쏟아내고 있다. 행정부가 한 모서리를 차지하지만 쪼그라들고 국회가 위치한 꼭짓점이 거대해 보이는 지금, 3권분립이 사전적 의미대로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얼마 전 저녁자리에서 만난 경제부처 고위공무원은 삭혀왔던 울분(?)을 토했다. 국회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는 그는 대체 요즘 3권분립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혹시 ‘3권난립’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얼굴이 벌게졌다.

이 공무원의 말은 정부가 만들어 제출한 법안은 국회에서 번번이 누더기가 되는 반면 국회는 무리한 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홍수처럼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시에서 국회까지 매번 장관 따라 오는 것도 짜증나는데 말도 안 되는 법안과 마주치면 정말 맥이 빠진다고 털어놨다.

3권분립(三權分立)의 정확한 의미를 검색해 봤다. 국가권력의 작용을 입법·행정·사법의 셋으로 나누어, 상호간 견제와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국가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려는 통치조직원리라고 풀이됐다. 대충은 아는 이 의미를 다시 찾아본 것은 지금의 3권분립이 과연 사전적 의미대로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지가 의심이 들어서다. 과거 행정부 우위 시대가 있었지만 개발시대에 국한된다. 이후부터는 전통적인 3권분립보다는 국가원수(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금은 다르다. 행정부가 한 모서리를 차지하지만 쪼그라들고 국회가 위치한 꼭짓점이 거대해 보인다.

대외협력팀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한 대관업무의 베테랑 김 부장은 요즘처럼 국회 힘이 센 적이 없다고 말한다. 자고나면 기업에 영향을 미칠 어떤 법안이 툭 튀어나올지, 아니면 오너 소환이라도 되지 않을지 늘 긴장 모드다. 그 어떤 대외업무보다도 힘겨움을 느낀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규제 법안에 대해 잘못됐다고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사별로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별도로 둘 여력이 없는 증권가는 이번처럼 국회 힘을 절감한 적이 없다. MB정부 때 이슬람채권법안(일명 수쿠크법안)이 국회에서 좌절된 것은 그나마 양반이다.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숙원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2년이 더 걸렸다. 협회만으로는 로비의 한계를 느낀다. 대외협력팀을 신설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지만 뭔가를 하긴 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대기업은 요즘 ‘멘붕’ 상태다. 마치 범죄집단 취급당하는 기분이라며 우울해한다. 기업 규제를 풀기는커녕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이 의원입법 형태로 줄줄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소비자와 근로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법안도 있지만 경제민주화 바람에 편승한 돌출 법안들이 적지 않다는 게 재계 쪽 생각이다. 하도급법이나 정년연장법 등 일부 법안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도입돼 준비할 틈이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행법으로도 일감몰아주기나 협력업체에 대한 부당 요구 등 갑(甲)들의 위법ㆍ탈법 행위를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는데 굳이 별도 법을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다.

뭐든지 한쪽으로의 쏠림은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특히 권력은 더 그렇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국회 쪽으로 쏠리는 힘의 불균형은 갈수록 더해질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임은 분명해 보인다. 

kimh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