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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직, 전략 모두 ‘해양’으로”…본격 ‘해양시대’여는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거제=박수진 기자]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는 연일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흘러 넘친다. 철판을 자르는 ‘절단공장’과 자른 철판을 용접하는 ‘용접공장’은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 담당. 여러개의 블록을 더해 슈퍼블록을 만드는 ‘조립공장’의 음악은 마치 팀파니의 깊은 울림 같다. 슈퍼블록의 중량감이 빚어내는 소리다. 길이 305m, 폭 61m, 무게 11만t에 달하는 부유식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클로브(CLOV)’의 건조 구역인 ‘E암벽’에서는 막바지 건조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2000여명의 인력이 만들어내는 웅장한 화음이 전율을 느끼게 한다.

지난 3일 경남 거제시에 자리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조선업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각 도크와 암벽에는 건조 중인 선박과 해양플랜트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3만2000여명(협력업체 포함)의 현장 인력들의 손과 발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들의 구슬 땀에서 왠지 모를 활력이 느껴졌다.

활력의 중심에는 ‘해양플랜트’가 있다. 지난 해 대우조선해양 전체 매출 142억 달러 중 105억 달러를 해양 부문에서 달성했다. 해양 부문에서 수주 100억 달러를 돌파한 세계 최초 조선사다.

현재 옥포조선소에는 FPSO 3기, 드릴십 10기, 고정식플랫폼 8기, 반잠수식시추선(Rig) 5기 등 20여개에 달하는 해양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중 이달 진수식을 앞두고 있는 클로브를 비롯해 엑손모빌이 발주한 고정식플랫폼 아쿠툰다기(Arkutun-Dagi)와 셰브론이 발주한 사우스넴바보조플랫폼(SNX), 드릴십 4기가 올 해 선주에게 인도된다. 

<사진설명>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0년 프랑스 토탈社와 수주계약을 체결한 초대형 부유식 원유생산저장및하역설비(FPSO) 클로브(CLOV)는 이달 진수식을 앞두고 현재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클로브는 하루 16만 배럴의 원유와 650만㎡의 천연가스를 생산 가능하며 또 최대 18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클로브는 이달 선주사에 인도되면 2014년부터 앙골라 서쪽 해상에서 원유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FPSO는 물 위에 떠서 심해유전의 원유를 뽑아내 저장하는 설비다. LNG-FPSO는 원유 대신 천연가스를 액화해 저장한다. 드릴십은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이동하며 원유를 끌어올리는 심해저 원유시추선을, 고정식플랫폼은 고정된 상태의 원유시추선을 의미한다.

올 해는 선박과 해양부문 매출이 비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점차 해양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예상하고 있다. 사업의 핵심이 선박에서 해양으로 옮겨오면서 회사의 전략과 조직 구성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옥포조선소에서 만난 황태진 사업관리부문장(전무)은 “CEO부터 하부조직까지 전략방향을 전부 ‘해양’으로 틀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비전슬로건을 ‘세계 제일의 종합 중공업 그룹’에서 ‘대해양시대의 주역, 대우조선해양(world leader in ocean technology)’로 변경했다. 비전슬로건을 비롯해 조직 구성과 업무 방식까지 모두 해양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설명>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0년 프랑스 토탈社와 수주계약을 체결한 초대형 부유식 원유생산저장및하역설비(FPSO) 클로브(CLOV)는 이달 진수식을 앞두고 현재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클로브는 하루 16만 배럴의 원유와 650만㎡의 천연가스를 생산 가능하며 또 최대 18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클로브는 이달 선주사에 인도되면 2014년부터 앙골라 서쪽 해상에서 원유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해양 부문의 비중이 늘면서 수주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제까지 해양분야에서 다양한 제품을 고루 수주해왔지만 앞으로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나갈 계획이다. 한 가지 디자인을 여러 척에 적용 가능한 상선에 비해 해양플랜트는 유전의 특성에 따라 해양플랜트도 각각 다르게 디자인을 해야해 설비 단계에서 투입되는 자원(resource)이 많기 때문이다.

황 전무는 “앞으로는 품종을 줄이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리소스’를 고려해 (제품 조합을) 단순화하는 방향을 나갈 것”이라며 “FPSO와 드릴십을 주로 하고, 육상 도크에서 장기간 작업이 필요한 고정식플랫폼의 경우는 효율성을 감안해 적정량 정도만 하는 식으로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전문기업으로의 전환은 올 해 원년을 선포한 EPCIC와도 무관치 않다. EPCIC는 해양생산설비의 설계(Engineering)→구매(Procurement)→제작(Construction)→설치(Installation)→시운전(Commissioning)에 걸친 전단계를 조선사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기술력과 신뢰가 바탕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옥포조선소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일부가 EPCIC로 진행되고 있다.

황 전무는 “이제까지는 제작만 맡았다면 EPCIC는 그 전후 단계로 조선사의 역량을 넓히는 일이다. 선주에게 결정권이 있는 만큼 조선사의 역량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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