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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 박인호> ‘성공’ 아닌 ‘행복’ 귀농이 정답이다
봄을 맞아 귀농ㆍ귀촌 열기가 뜨겁다. 여기저기서 귀농·귀촌박람회가 열린다. 지방자치단체의 귀농ㆍ귀촌인 유치를 위한 각종 교육 및 설명회 등 관련 행사 또한 봇물을 이룬다(넓게 보면 모두 귀농ㆍ귀촌교육이다).

하지만 상당수 지자체의 경우 단편적인 교육과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 귀농ㆍ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일회성 관광행사’ ‘예산낭비 행사’라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또한 농업은 단순한 1차산업이 아니라 1차+2차+3차산업이 융ㆍ복합된 6차산업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정작 정책지원에 있어서는 귀농과 귀촌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결국 1차산업(귀농)의 한계 속으로 옭아매고 있다.

물론 유익한 교육프로그램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선배 귀농ㆍ귀촌인과의 만남이다. 예비 귀농ㆍ귀촌인들은 이들로부터 귀농 준비과정에서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도움뿐 아니라 그들의 정착사례에서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얻기도 한다.

그 어떤 이론교육보다도 교육적 효과가 크다. 인생2막의 새로운 농촌생활(전원생활)은 말 그대로 ‘생활’이다. 때문에 앞서 귀농ㆍ귀촌한 선배들의 산 경험이야말로 백가지 이론교육을 무색게 하는 산교육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예비 귀농ㆍ귀촌인들이 만나는 선배란 결국 ‘성공한’ 귀농ㆍ귀촌인이다. 여기서 성공이란 (귀농인을 예로 들자면) 고부가 작물재배를 통해 고소득을 올리는 소위 ‘억대 부농’을 말한다. 물론 이들로부터 비단 성공의 결과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실패와 좌절, 그것을 딛고 다시 일어선 용기와 열정 등에서 많은 깨달음과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귀농ㆍ귀촌인 유치라는 교육의 목표와 성격상 지나온 과정보다는 현재의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기 십상이고, 이는 결국 ‘나도 할 수 있다’는 긍정을 넘어서 자칫 누구나 귀농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잘못된 환상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귀농인 가운데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더구나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성공이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치열한 인생1막 못지않게 과도한 스트레스와 노동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성공’이란 단어는 돈, 명예, 권력 등 도시적 가치를 아우른다. 도시인은 누구나 지나온 세월 동안 자기의 그릇에 이 가치들을 채워왔다. 새로운 인생2막의 터전인 전원으로 들어와 안식, 여유, 치유 등 전원의 가치를 담고자 한다면 이 도시의 가치들을 하나씩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원의 가치는 담길 자리가 없다.

‘성공’을 대체하는 전원의 가치는 ‘행복’이 아닐까 한다. 행복귀농은 농사를 지어 대박을 욕심내지 않는다. 비록 물질적으로 부족해도 마음은 평안하고 육체는 건강한 삶이다. 자연과 하나 되어,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는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삶이다.

귀농은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을 바꾸는 일이다. 귀농·귀촌 교육도 ‘성공’ 아닌 ‘행복’에서 정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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