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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업계‘ CEO 수난시대’
실적 압박·M&A·검찰 수사이어
경영정상화·분위기 쇄신 위해
기업들 잇단 경영진 개편

전문경영인 체제 본격화 시선속
재계오너 ‘소나기 피하기’ 지적도



요즘 중견건설사 수장들이 이래저래 좌불안석이다. 경영정상화와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경영진 개편이 잇따르는 가운데,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대한 실적 관리 압박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 추진과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CEO의 자리 보전이 불투명해진 곳도 눈에 띈다.

그룹 지원으로 가까스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두산건설은 지난 2일 신임 CEO에 전문경영인 양희선 씨를 선임했다. 그는 지난 1981년 두산건설에 입사해 상무까지 지내고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엔셰이퍼 대표 등을 지낸 관리형 CEO로 평가된다. 

극심한 노사갈등과 경영난에 처한 한진중공업의 조남호 회장은 지난달 초에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이에 앞서 올 2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한일건설도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허동섭 한일시멘트그룹 명예회장이 취임 2년여만에 한일건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양승권 부사장이 단독으로 지휘봉을 잡고 회사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중견 건설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화하는 것이란 분석이 일반적이지만, 일각에선 재계 오너들이 ‘소나기를 피해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 장기불황에 따른 극심한 돈가뭄, 실적 쇼크에다 비리 수사까지 겹치면서 중견 건설사 CEO들이 벼랑 끝 신세에 내몰렸다. 4.1 부동산 종합대책의 약발이 미미한 가운데 올해도 건설업계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이들 CEO의 한숨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경영실적 부진으로 사령탑에서 물러나거나 해임설에 시달리는 CEO도 있다.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STX건설의 경우 지난달 26일 법정관리 신청 이틀 전에 사장을 전격 교체했다.

해임설에 휘말렸던 쌍용건설의 김석준 회장은 최근 일단 유임됐으나 채권단 출자전환 후에 회장직을 유지할 지는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양건설산업은 M&A 매물로 나와 새 주인을 찾으면 CEO 교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홍상철 신일건업 대표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아 곤혹을 치르고 있다.

올해초 법정관리를 졸업한 삼환기업은 최용권 대표가 배임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는 복병을 만났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계의 구조조정 공포는 더욱 커지면서 CEO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들어 한일건설과 동보주택산업, STX건설 등이 새로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건설업계 13위 쌍용건설은 최근 워크아웃을 신청, 간신히 부도위기를 넘겼다. 이로써 국내 100대 건설사 가운데 현재 총 23개 업체가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에 빠진 상태다.

여기에 은행들이 지난해 회계연도 사업보고서를 가지고 신용위험을 평가하고 있어 곧 추가 구조조정 대상이 생겨날 것이란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채권단은 경영정상화의 첫 단계로 새로운 CEO를 선임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중견 건설업계의 CEO 교체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문성이 중요한 건설업종의 특성상 중견건설사의 잦은 CEO 교체가 오히려 경영정상화를 저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 상황을 감안할 때 회사의 법정관리행을 기존 경영진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며 “특히 채권단이 건설시장의 사정을 모르는 금융권 인사를 중견 건설사의 CEO 자리에 앉히는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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