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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
지난 2월 부산에서 숨진 지 2년 가까이 된 50대 남자의 백골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3월에는 충북 청주에서 사망한 지 수일이 지난 독거노인의 시신이 발견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인의 유품 처리와 방 청소 등의 뒤처리를 해주는 신종영업까지 등장했다. 일본에서 한때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던 고독사(孤獨死)가 오늘날 한국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독사는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의미한다. 고독사 증가는 혼자 사는 독거노인 수가 늘어나는 것과 관계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전체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0년 기준으로 26.2%로,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독거노인가구다. 독거노인 수도 지난해 119만명으로 2000년의 54만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핵가족화의 여파를 타고 독거노인의 비율은 점차 증가해 2030년이 되면 22%가 넘고 그 수가 282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독거노인은 일반노인보다 건강상태가 나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더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다. 2011년 독거노인 가구의 빈곤율은 76.6%로 전체 노인 빈곤율 45.1%보다 훨씬 높다. 이처럼 건강과 빈곤의 문제가 독거노인들에게 닥치다 보니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일반노인들의 3배나 된다고 한다. 사는 것이 지옥 같고 그래서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이들로 하여금 자살을 선택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가족과 이웃의 축복 속에서 태어나고 가족과 이웃의 슬픔 속에서 생을 마친다는 점이다. 아무도 모른 채 혼자 최후를 맞는 것은 어느 모로 봐도 행복한 죽음이 아니다.
고독사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대가족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고독사 문제에서 한 걸음 비켜나 있다. 그러나 핵가족화가 무르익어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국가와 사회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호주는 독거노인을 일반인들과 결연시켜 양부모로 모시게 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고, 프랑스는 노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별 노인클럽을 활성화하고 있다. 일본은 가스사용 여부를 모니터링해 그 결과를 자녀나 친인척들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몇몇 지방자치단체들이 고독사 문제 해결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노인돌보미와 보건소 간호사들이 독거노인가구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고독사 제로프로젝트, 독거노인들을 소규모 시설에 같이 생활하게 하는 독거노인공동체사업, 온라인상으로 독거노인을 보살피는 ‘U-케어시스템’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으나 독거노인들의 고독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고독사는 사회안전망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 중의 하나이다. 선진국 수준의 사회보장제도는 고독사 감소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물질적인 사회안전망만으로 고독사 문제가 다 해결되리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고독사는 사회적 무관심과 비례관계에 있다. 가족, 친지, 이웃이 독거노인에 대해 무관심을 보이는 한 고독사의 행진은 계속될 것이다.
고독사가 계속 일어나고 있는 사회는 선진사회도 아니고 행복사회도 아니다. 필자는 자살과 더불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이 고독사라는 어떤 이의 지적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죽음도 인생의 한 과정이다. ‘해피 버스데이(Happy birthday)’가 있다면 ‘해피 라스트데이(Happy lastday)’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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