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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도급법 벌써 부작용 우려... 1% 대기업 잡겠다고 99% 소송의 늪에
“회사 망할 생각 아니면 어느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 걸겠습니까”

국회가 ‘대선 공약’, ‘여야 합의 사항’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하도급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법 시행전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정의감에 불탄 국회의원들은 대기업의 횡포를 막고 중소기업의 고통을 줄여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부호를 던지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경제민주화 1호 법안’이라는 ‘상징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정작 필요한 ‘익명성 보장’ 등 필요 요건은 법안 내용서 삭제된 탓이다. 완벽한 ‘갑을 관계’인 경우, 소송 자체도 쉽지 않다는 현실을 고려치 않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 자칫 법안 취지에서 벗어난 개인간, 영세 소기업간 법정 다툼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하도급법안의 핵심 골자는 손해배상 액수를 3배(기존 2배)로 높이고, 소송을 낼 수 있는 요건을 부당 납품 인하, 부당 발주 취소, 부당반품 등으로 확대 한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없애 우량 중소기업의 숨통을 트게 만들겠다는 것이 법안의 목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의 핵심 요점인 ‘공정 경제’와도 부합된다.

그러나 법이 목적했던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법이 상대적으로 법적 약자인 중소ㆍ중견기업을 겨냥해 오남용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납품을 하고 싶은 중소기업들은 다수인 반면, 물품을 공급받는 대기업들의 숫자는 적은 현재의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대기업을 향한 중소기업의 소송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2011년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협의권 논의 때도 ‘익명성 보장’이 최우선 과제였다. 소송은 회사명을 밝혀야 진행된다. 문 닫은 기업이나 회사 망할 각오를 한 기업 아니면 대기업을 상대로 한 실제 소송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소송 천국’ 우려는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 법안에서 소송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탓이다. 전체 거래의 1%에도 못미치는 대기업을 잡는다는 명분아래, 99%가 넘는 중소기업과 영세기업간의 납품 거래, 또는 사인간의 납품 거래에 대해서도 소송할 수 있도록 해놨다.

본회의 통과 당일 ‘반대’ 토론자로 나선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1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하도급법은 대기업들의 횡포를 막기 어렵다. 오히려 모든 거래를 그 대상으로 하면서 소송이 남발되는 ‘소송 천국’행 티켓이 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법 해결 만능주의’도 도마에 오른다. 불공정 거래는 현행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으로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음에도, 국회가 인기영합식 ‘법안 한탕주의’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공정거래법은 불공정 거래와 관련 2배의 과징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벌금도 2배를 물게 한다.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이전에 없던 새로운 법안이 나온 것처럼 여기는 것은 결국 법해결 만능주의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최정호ㆍ홍석희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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