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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 이유미> 생명의 숲
오랜만에 “연희동이에요”하는 전화를 받았다.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통화는 여러 번 했던 차분한 목소리의 주인공, 이제는 ‘연희동 소나무 숲 지킴이’로 유명해진 분이다.

여러해 전, 자신이 살던 집 옆에 소나무 숲이 민간에 매각돼 사라질 상황에 처하자 그 숲에 소나무와 더불어 살고 있는 생명, 오색딱따구리를 비롯한 10여종의 새와 90여종에 가까운 풀과 나무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만들어 수없이 탄원하고 호소해 결국엔 지켜낸 분이다. 그 과정에서 내게도 몇 가지 조언을 구했고, 나무에 대한 애정으로 내 마음도 움직여 알고 있는 관련기관을 연결해드렸던 인연이 있다. 사라질 위기에 있던 그 숲은 매각 직전 구출되었고, 서울시에서 ‘연희문화창작촌’을 만들어 작가들이 영혼을 움직이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단지 나무를 사랑했던 평범한 주부가 70여그루의 아름다운 소나무와 숱한 자연의 생명을 지켜낸 터다.

이즈음 그의 근황은 소나무 숲과 가로막혀있던 자신의 집 담장을 허물고 집의 일부를 내주어 ‘위드하우스’라는 자살자와 그 가족을 돌보는 공간을 운영한단다. 삶을 놓으려던 이들, 혹은 삶을 놓아버린 가족이 있어 상처받은 사람들은 이 공간에 머물며 소나무숲을 거닐고 새소리를 들으며 채소를 가꾸고 치유하며, 그 소중한 생명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전엔 한 교사의 이야기도 전해들었다. 학교폭력이 난무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고민에 가기 어려운 여러 정책적인 어려움 속에서 한 아름다운 교사(한 번 뵌 적도 이름도 모르지만 아이들은 제대로 사랑하는 교사보다 아름다운 교사가 있을까 싶다)는 학교의 일상에서 격리된 아이들에게 반성문과 훈계 대신 매주 함께 인왕산에 올랐단다. 거부하며 반항하던 아이들은 어느새 힘든 것을 이겨내고 땀흘려 오르고 정상에서의 성취감도 느끼고, 시시때때 바뀌는 초록 숲의 생명에 위로를 느끼며 조금씩 어느새 맑고 긍정적인 자세로 바뀌어가며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거듭나 학교의 일원으로 돌아오는 놀라운 체험을 했다는 이야기다.

숲 유치원도 관심이 높다. 자연속에서 나무와 풀과 흙에서 동무들과 시간을 보내며 자라난 어린 꼬마들은 몸과 마음이 건강해짐은 물론이고 그 누구보다도 창의력이 높이지고, 어떠한 일이든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해쳐나가며 친구들과 더불어 지내는 즐거움도 알게 되기 때문이란다.

어디 그뿐이랴. 청년들은 다양한 산악레포츠로, 장년들에게는 건강한 여가의 장으로 숲의 비중은 점차 커져간다. 숲은 진정 생명이다. 때마침 산림청에서 ‘생애주기 맞춤형 산림복지’를 내놓고 있다. ‘태교의 숲’에서 시작해 ‘체험의 숲’ ‘치유의 숲’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며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수목장까지 이어지는 ‘회년의 숲’까지.

지금 숲은 1년 중 가장 왕성한 생명력으로 하루가 다르게 꽃피우고 푸르러진다. 나무는 저마다 새순을 내어놓아 몽글몽글 연두빛 신록이 아름답고, 땅위에는 아름다운 봄꽃이 지천이다. 이즈음 생명을 숲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정말 나만 손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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