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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예술이 밥 먹여주나요?”…문화예술인 월수입 100만원 이하 67%
문화관광부 문화예술인 2000명 실태조사
3년 전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주연 데뷔한 신인 배우는 당시 출연료로 회당 10만원을 받았다. 공연 전 2개월가량의 연습료를 더해도 그의 연간 수입은 고작해야 몇 백만원이다. 그는 운이 좋은 경우다. 대사도 주어지지 않은 단역은 회당 2만원을 손에 쥔다. 서울 시내에서의 한 끼 식사료도 안 된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 4860원을 회당 공연 시간 3시간에 대입하면 회당 출연료 2만원은 겨우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난 액수다. 이마저도 일정치 않아 무대에서 활동하는 배우의 월급은 시급 아르바이트와 다를 게 없다.

우리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문화예술을 만드는 창작인의 삶이 궁핍하다는 건 삶의 또 다른 아이러니다. 배고픔도 창작자가 느껴야 할 고통의 일부란 말도 더 이상 예술인의 자존심을 세워주지 못한다. 문화예술인이 겪는 빈곤은 도를 넘어 죽음의 문턱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 TV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유명 뮤지컬 1세대 배우가 자신의 출연료가 아이돌 출신 배우보다 적다고 한 고백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문학, 미술, 음악, 국악, 연극, 무용, 영화 등 한국의 문화시장은 양적, 질적 팽창을 이뤘지만, 그 열매는 종사자 전체에게 골고루 나눠지지 못했다. 균형추가 흔들려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했다.

여러 기관의 최근 조사 결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문화예술인 활동여건 실태조사에서 지난해 응답자 2000명 가운데 월 수입이 아예 없다고 답한 예술가가 26.2%나 됐다. 월 평균 수입 100만원 이하가 66.5%였다. 이는 2009년 조사(100만원 이하 62.8%)와 견줘 더 나빠진 것이다. 특히 문학인은 100만원 이하가 91.5%나 됐다.

영화진흥위 최근 조사에 따르면 독립영화 제작자 87%는 연수입 2000만원 미만 소득자다. 그런데 이 수입 중 독립영화 제작을 통해 얻는 수입은 단 6.6%(연평균 140만원)에 불과했다.


또 연극인복지재단에 따르면 연극인은 연극창작 활동을 통해 한 달에 평균 36만원(2008년 기준)을 번다. 연극인 62%는 음식점 서빙 등 다른 일로 생계비를 번다. 이들은 부업으로 본업보다 많은 월 평균 65만원을 받는다. 이경민 연극인복지재단 사무국장은 “요즘의 상황도 2008년 조사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며 “뮤지컬이나 연극은 1개 작품이 끝나면 모두 실업 상태가 되는데 프로젝트당 턴키계약을 하는 스태프는 그나마 형편이 낫고, 연기자는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심화해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요즘엔 영화뿐 아니라 공연계에도 대작에만 관객이 몰리는 양극화가 심화했다. 한정돼 있는 공연장의 대관료 인상, 생활물가 상승, 부동산 임차료 상승, 예매사이트의 대작 위주 마케팅 전개 등 구조적인 문제가 얽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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