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필드 과잉공급·공무원 골프 금지령 등 잇단 악재…영업이익률 반토막·부도 속출 ‘울상’
봄은 왔지만 봄이 아니다. 긴 겨울을 견딘 잔디들이 초록으로 올라오는데도 어쩐지 스산하기만 하다. 해마다 이맘때면 겨우내 굳었던 몸을 풀기 위한 골퍼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골프장으로 향했는데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르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경기침체와 골프장 과잉공급으로 인한 부도대란, 여기에 새 정부 출범과 북한 도발 위협 등으로 공무원 골프 금지령의 악재가 겹치면서 골프장을 찾는 발걸음이 뚝 끊겼다.
골프장 관계자들의 한숨은 비단 회원제 골프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퍼블릭(대중) 골프장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불황, 잦아든 골프붐, 여기에 신규 골프장의 잇단 개장으로 공급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북적였던 필드가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수도권 최대 골프장 스카이72CC 관계자는 “2005년 스카이72CC가 개장한 이후 새로 생긴 골프장만 해도 250곳이 넘는다”며 “경기는 살아나지 않는데 골프장들의 경쟁은 갈수록 심해진다. 내장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침체와 골프장 과잉공급으로 인한 경쟁 등으로 지난해 회원제 골프장 영업이익률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 봄엔 새 정부 출범과 북한 도발 위협으로 공무원 골프 금지령까지 내려지자 회원제ㆍ퍼블릭 골프장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경영난으로 부도처리된 경북의 한 골프장 전경. |
2012년 말 473곳이었던 골프장 수는 올 연말에는 30곳 가까이 증가한 502곳에 이를 전망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실적은 자연 크게 악화됐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2012년 골프장 업체들의 경영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129개 회원제 골프장 운영업체들(제주권 제외)의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이 3.4%로 2011년(6.9%)보다 절반, 2009년(19.2%)보다는 5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0년까지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영업이익률이 2011년 한 자릿수로 뚝 떨어지더니 이마저도 1년 만에 반토막이 난 것.
129곳 중 적자를 기록한 회원제 골프장은 절반 가량인 60곳(46.5%)으로 2011년 42곳(2010년 36곳)보다 18곳 늘어났다. 적자 골프장 중 수도권 골프장이 2011년 15곳에서 24곳으로, 지방 골프장은 27곳에서 36곳으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호남권의 영업이익률이 2011년 9.7%에서 2012년 2.7%로 무려 7.0%포인트나 떨어져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수도권도 5.4%로 전년보다 4.4%포인트 하락했다.
영업이익률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국내경기 침체 등으로 지갑이 얇아진 주말 골퍼들이 회원제보다는 퍼블릭 골프장을 많이 찾기 때문이다.
즉 입장료가 거의 면제되는 회원보다는 21만원(토요일 기준)에 달하는 비회원들의 이용이 줄어드는 게 경영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골프장들은 그린피 할인, 리조트 숙박과 연계한 여행상품 등 각종 특전과 할인 이벤트 등으로 손님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고 퍼블릭 골프장도 사정이 크게 나은 건 아니다.
퍼블릭 골프장(73곳 기준)의 영업이익률은 33.7%로 2011년보다 3.3%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저렴한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퍼블릭 골프장 수가 1년 만에 24곳에서 3배나 급증하면서 홀당 이용객 수가 4.4%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올해는 공무원들의 골프 금지령에다, 강추위와 적설, 골프붐 진정, 30여개의 신규 골프장 개장 등으로 골프장들의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