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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조금 살포 고가폰에 밀려…여전히 ‘찬밥’
단말기 자급제 도입 1년…시장판도 변화는
통신사·요금제 고객선택 가능 불구
번호이동제로 헐값 판매·재고 부족
기존 보조금 유통구조에 갇혀 헛바퀴



“ ‘갤럭시M 스타일’을 1만원에 드립니다.” 삼성그룹 창립 75주년을 맞아 서울 강북의 한 디지털프라자에서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 이 매장을 찾아 자급제폰을 보여 달라고 했더니 직원이 갤럭시M스타일을 추천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 통신사로 번호 이동하면 가입비까지 다 내주고 1만원만 받는다고 설명했다. 갤럭시M스타일 출고가는 40만원대 후반이다.

LG전자 베스트샵에서는 아예 자급제폰을 판매하지 않았다. 마포구의 한 베스트샵 관계자는 “ ‘옵티머스 L7’은 현재 구할 수 없다. 대신 번호 이동을 하면 ‘옵티머스 LTE3’를 26만원에 살 수 있다”고 차선책을 제시했다. 59만원에 출시된 옵티머스LTE3를 반값 이상으로 할인된 가격에 사는 것이 39만원인 옵티머스L7을 사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5월 1일 통신사와 요금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도록 단말기자급제가 도입된 지 1년이 됐지만 여전히 헛바퀴만 돌고 있다. 번호 이동 아래 헐값에 팔리거나 매장에 재고가 없어 다른 제품을 사야 하는 등 소비자들은 지금도 기존 유통 구조 안에 구속된 상황이다. 

다음달 1일이면 단말기자급제 도입 1년이 된다. 하지만 통신사 보조금 경쟁에 고가 LTE폰이 헐값에 팔리면서 자급제용으로 나온 단말기가 조명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 따르면 현재 단말기 자급제용으로 품질 인증을 받은 제품은 총 10종이다. 이 중 판매 중인 제품은 8개로, 삼성전자의 갤럭시M스타일, ‘갤럭시 에이스플러스’와 LG전자의 옵티머스L7 ‘L9’등이다. 나머지는 국내 중소기업과 외산폰이 차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 ‘넥서스4’를 포함해 2~3개 제품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들 자급제용 단말기는 15만~40만원 후반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통신사 대리점, 판매점을 통해 기계값을 2년 할부로 내는 것과 달리 자급제 단말기는 일시불로 지불해 소비자들은 목돈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통신사 간 가입자 유치경쟁으로 고가의 스마트폰에 높은 보조금을 쓴다는 점이 자급제용 단말기를 더 내몰고 있다. 소비자들은 시장에 ‘17만원 갤럭시S3’로 상징되는 저렴한 스마트폰이 언제 또 나오나 주시할 정도다. 실제 ‘갤럭시S4’ 국내 출시를 앞두고 지난 주말까지 12만원짜리 갤럭시S3, 5만원짜리 ‘옵티머스G’가 판매점에 나오기도 했다.

이에 비해 중국 기업 ZTE에서 만든 ‘제트폰’은 G마켓에서 22만원에 판매되고 있고, 최근 아이리버가 출시한 ‘울랄라5’도 27만8000원이다. 성능이나 기능 면에서 갤럭시S3와 옵티머스G가 제트폰과 울랄라5를 압도하는데도 가격은 훨씬 저렴하니 자급제폰이 승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갤럭시S3와 옵티머스G는 모두 쿼드코어 CPU를 탑재했지만 제트폰과 울랄라5는 듀얼코어에 그친다.

삼성전자‘ 갤럭시M 스타일’ ZTE‘ 제트폰’ LG전자‘ 옵티머스 L9’

G마켓 관계자는 “제트폰 특가 행사 당시 19만9000원에 팔 때 하루 만에 100대가 완판됐지만 22만원인 지금 예전처럼 잘나가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아이리버 관계자도 “14만8000원에 판매했던 울랄라는 3000대가량 판매됐지만 성능을 높인 울랄라5는 최근 통신사 보조금 경쟁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이 LTE요금 중심으로 상품경쟁하는 것도 자급제 활성화가 늦춰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이통3사는 경쟁적으로 무제한 음성통화와 데이터 무제한 요금을 출시했는데 이 모두는 LTE요금으로 가입해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국내 이통사의 LTE 주파수가 다 달라 자급제폰은 3G 중심으로 출시되는 상황이다.

정부도 현재 자급제폰이 제대로 경쟁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이용자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더 다양한 경쟁이 필요한데 보조금 지급이 심각해지면서 갤럭시S3를 싸게 살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이 팽배하다”며 “향후 유통구조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그동안 진출하지 못했던 중소기업들이 자급제 도입으로 제품을 출시한 점은 성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래창조과학부는 차별적 보조금을 방지하기 위해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 관련 정책토론회를 준비 중이다. 특정 요금제와 결합해 단말기에 무작위식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처사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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