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번주말, 빌 비올라의 숭고한 ‘트리스탄 프로젝트’ 만나볼까?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과천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이 세계 정상의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62)의 전시를 연다. 오는 9월 1일까지 과천관 원형전시실에서 열리는 빌 비올라 전시에는 작가의 ‘트리스탄 프로젝트(The Tristan Project)’ 대작 2점이 선보여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빌 비올라의 작품을 상영하는 것은 제52회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중 베니스의 한 작은 성당(개인예배당)에서 절찬리에 초연됐던 ‘해변 없는 바다’를 2008년 6월~10월 선보인 후 이번이 두번째다.

이번 작품 ‘트리스탄 프로젝트’는 빌 비올라가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영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빌 비올라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사랑’의 의미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철학적 시각에서 장엄하게 다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역작을 최근 컬렉션한바 있다.

독일이 낳은 위대한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19세기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대해 오마주 형식으로 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음악과 공연예술에 비디오아트가 결합된 ‘실험적 총체예술’이다.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 오페라 감독 피터 셀러스, 빌 비올라의 협업으로 탄생한 ‘트리스탄 프로젝트’는 2004년 미국에서의 초연된 이래 프랑스, 영국, 독일, 캐나다, 러시아, 일본 등 전세계에서 잇따라 공연됐다. 

빌 비올라 ‘불의 여인’(부분). 영상및 소리 설치. 2005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전시에서는 ‘트리스탄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두 작품, ‘트리스탄의 승천(2005)’과 ‘불의 여인(2005)’이 상영되고 있다. ‘트리스탄의 승천’은 육신의 죽음 이후 영혼이 승천하는 모습을 매우 느린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준다. 숨을 거둔 트리스탄의 시신이 거센 물줄기를 따라 위로 솟구쳐 올라가며 영혼이 빛의 세계에 합류하는 장면은 가히 압도적이다.

또다른 작품 ‘불의 여인’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불의 장벽 앞에 한 여인이 불을 온몸으로 느끼며 말없이 서있다. 불을 응시하던 여인은 잠시 후 쓰러진다.
빌 비올라의 영상은 뜨겁고 밝은 불과 차갑고 어두운 물이 서로 녹아들며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두 세계가 온전히 합일을 이루는 순간을 보여준다. 작가는 오페라의 줄거리를 서술적으로 나열하기 보다는 등장인물의 내면을 추상적인 영상에 투영하며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즉 고통을 동반한 운명적인 사랑이 마침내 죽음을 통해 완성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비극적 원작을 물과 불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사용한 영상미학으로 숭고하게 구현한 셈이다. 

빌 비올라 ‘트리스탄의 승천’(부분). 영상및 소리 설치. 2005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현실을 담는 비디오 카메라로, 추상적이면서도 정신적인 세계를 한편의 시(詩)처럼 아름답고도 깊이있게 담아내는 빌 비올라의 역량을 이번 작품 또한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필멸(必滅)의 존재인 인간이 뜨거운 사랑을 나누며 생을 영위하다가 결국은 죽음을 맞아 영혼으로 남는 과정을 보여주는 느리고 장엄한 화면은 감상자로 하여금 인간은 과연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 차분히 성찰하게 만든다. 평소 현대미술, 특히 미디어아트를 즐기지 않았다 하더라도 빌 비올라의 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영상작품은 결코 놓쳐선 안될 작품이다.

미술관은 전시기간 중인 5월 18일 유진상 계원대 교수를 초청해 전문가 강연을 미술관 소강당에서 개최한다. 또 오는 6월에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오페라 공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yrlee@heraldcorp.com

지난 2008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았을 당시의 빌 비올라 
                                                                                                      [사진=이영란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