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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연료 재처리 근본적 해결 무산…‘화장실 없는 집’ 우려 지속
美핵확산 방지 기조 벽 끝내 못넘어
폭탄돌리듯 떠넘기기 일관…시간벌기 미봉
핵연료 처리용량 2016년 포화 ‘발등의 불’

핵무기 전용불가 건식재처리 연구 합의불구
실용화까지 10년 이상 소요 대안으론 미흡
6월부터 석달단위 추후협상 최대 관건



한ㆍ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2년 기한 연장에 합의하면서 시간은 벌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을 미룬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2016년 사용후 핵연료 처리 용량이 포화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정부로서는 커다란 ‘골칫덩이’를 계속 안게 됐다. 결국 폭탄만 돌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폭탄 돌리다 끝난 협상=1973년 3월 발효된 원자력협정이 내년 3월로 시효가 임박하자 이명박정부는 2010년 10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해 왔다. 당초 무난히 개정될 것으로 보였던 협정은 미국 측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과정에 대한 자국의 사전동의가 축소되면 핵 비확산 기조에 타격을 받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대선 등 한국의 정치일정이 바쁘게 돌아가면서 개정 협상은 후순위로 밀렸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서로 ‘폭탄 돌리기’하듯 떠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지난해 2월 5차 협상 종료 이후 14개월 만인 지난 16일에야 6차 협상이 진행됐지만 결론은 2년간 논의를 더 해보자는 것 뿐이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가 국민의 안전이 달린 문제를 과학기술계에만 던져둔 채 방치하다 이 사단이 났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골칫덩어리’핵연료 재처리=한국과 미국이 6월부터 3개월간 단위로 재개되는 추후 협상에서도 별다른 모색점을 찾지 못하면 우리정부는 당장 2016년 사용 후 핵연료 처리 용량 포화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협상과 관련해 “사용 후 핵연료 효과적 관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방안 등과 관련해 진전을 볼 수 있는 의견 교환이 있었다”며 “시급한 사용 후 핵연료 문제를 대처함에 있어서도 핵주기 공동연구를 실시 중이며, 양자적 협력과 다자적 협력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용 후 핵연료의 시급한 처분장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적ㆍ제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파트를 최신식으로 근사하게 지어놓았는데 정작 화장실이 없어 볼 일을 보지 못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29.8%에 달한다. 화력 다음으로 중요한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폐연료봉의 처리다. 한ㆍ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원자력발전소 내 수조에 보관하는 방법뿐인데, 처리 용량에서 한계에 봉착해 있다. 고리4호기, 울진1ㆍ2호기 등은 이미 저장용량 중 90% 이상이 차 있다. 전체로 보면 지난해 9월 처리 용량의 70%를 초과했다.

물론 전문가는 지금보다 폐 연료봉을 조밀하게 쌓거나 여유가 있는 인근 수조로 옮기는 등의 방법을 통해 2024년까지 기한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할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는 방법도 고려되고 있지만 방사능 피해를 우려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 정치적 부담이 크다.

핵무기 전용이 불가능한 파이로프로세스(건식 재처리) 연구에 한ㆍ미 양국이 합의했지만 실제로 폐기물양을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한 기술적 논란이 있고 기술이 실용화하기까지는 10년 이상 걸려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황 교수는 “협정의 본질도 아니고 실질적으로 도움도 안되는 파이로프로세스를 자꾸 협상에 끌어들이지 말고,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용량의 문제가 절박하다는 것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대원ㆍ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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