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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엔低, 이 정도면 ‘용인’ 아닌 ‘공인’ 아닌가
엔저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어닝쇼크를 속속 내놓는 반면 일본 기업들은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대체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정말 웃기는 노릇이다. 지난 22일 외신을 타고 들어온 사진 한 장은 엔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미국 워싱턴DC에서는 20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연차총회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장 회의가 열렸다.

이날 워싱턴발 사진에는 단체사진을 찍기 전 아소 다로 재무상이 검지를 들며 파안대소하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그런 아소 재무상에 엄지손가락을 한껏 치켜세우며 맞장구치는 모습이다.

물론 그 순간 어떤 농담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마치 아소 재무상에 대해 “그래 너 말이 맞다. 너가 최고다”라는 분위기다.

이번 워싱턴회의에서도 누가 일본에 돌을 던질까 궁금했는데 아무도 던지지 못했다.

양적완화의 ‘원죄국’인 미국은 물론 독일 중국 등 어떤 나라도 일본을 비난하지 못했다. 미국은 지난 수년간 양적완화를 벌여왔고, 독일은 대규모 경상흑자를 내는 상황에서 엔저를 비판할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일본의 노골적인 엔저 정책에 면죄부를 줬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해석에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이번 G20회의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코뮈니케)이 엔저를 용인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일본 양적완화 정책의 목적을 디플레이션 탈피와 내수회복으로 제한했고, 환율을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적완화 통화정책이 지속될 경우 초래되지 않는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통화정책이 물가안정 이외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경고한 최초의 문구라는 자평까지 내놨다.

하지만 일본의 양적완화 조치가 궁극적으로 엔저를 통한 자국의 경기부양이라는 의도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동안 일본은 국제경제 무대에서는 ‘젬병’으로 통했다. 우리와 같은 잦은 관료 이동, 상대적으로 딸리는 영어실력, 겸양을 미덕으로 아는 풍토 등으로 일본이 국제경제 회의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아소 재무상은 지난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경기부양은 적어도 수년간(a few years)은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가 희망하는 것은 2~3년”이라고 답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를 적어도 2~3년간 지속하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이러는 사이 엔저로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가시화되고 있다. 자동차 철강 등 일본과 경합하는 업종에서는 실적 쇼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우리 기업들이 어닝쇼크를 속속 내놓는 반면 일본 기업들은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한계를 드러낸다. 국내 기업들의 피해에 대해 실제적인 대비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찰떡궁합과 달리 우리 정부와 외환당국은 불협화음마저 낸다. 한국 경제는 이번 엔저 사태로 전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시련에 직면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 보인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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