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학원계 반발에 흔들리는 ‘선행학습 금지’ 공약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선행학습을 그렇게 다 금지하면, 지방의 영세 학원들은 죽으라는 거 아닙니까.”

요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의원실에는 이같은 항의전화가 빗발친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행학습 금지’ 공약을 뒷받침하는 입법이 진행되자, 전국의 학원가들이 일제히 반발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에서 “시험에서 선행학습 부분에 대해서 내지 않겠다고 하면 실제로 나오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사교육 문제에 대해 질서가 잡히기 때문에 충실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당부한 직후, 지방 학원가의 항의는 더 거세게 들끓었다.

그래서인지 관련 법안인 ‘공교육정상화촉진법안’(새누리당 강은희 의원), ‘선행교육 규제에 대한 특별법’(민주통합당 이상민 의원)의 학원 규제 방안도 영 미덥지 못하다.

강 의원이 다음주 초 발의할 ‘공교육정상화촉진법’은 학원 규제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등학교와 교과수준 이상의 대입전형 문제를 출제하는 대학 위주로 규제하고, 정작 선행학습 시장의 지배하는 학원가에 대한 규제는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선행학습의 ‘주범’인 사교육은 내버려두고 ‘공범’인 공교육만 잡는 실효성 없는 조치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학원의 종류와 선행학습 방식이 너무 다양해서 학원규제 방안을 법에 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실은 24일 학원 대표들을 상대로 마지막 공청회를 열고 학원규제에 대한 입장을 최종조율할 계획이다.

이상민 의원이 지난 16일 발의한 ‘선행교육 규제에 대한 특별법’은 박 대통령의 공약과 달리 사교육 시장의 선행학습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교습 정지 조치,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주는 ‘학파라치’ 방안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의원의 학원규제 방안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교문위 관계자는 “해당 법안이 공교육정상화촉진법안과 비슷한 맥락이어서 해당 상임위에서 병행심사될 가능성이 높다. 학원규제에 대한 여야입장이 절충되는 과정에서 수위가 조절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조차 학원규제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학원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규제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입법화에 나서는 것은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차기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지역구 국회의원들로서는 학원업계의 전방위적인 압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선행학습 규제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함께 약속한 공약이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여야를 막론하고 입법화 노력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오랜만에 여야가 맞장구를 치는 대통령 공약이 정작 학원업계의 반발에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wor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