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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공장들의 잇따른 폭발ㆍ누출사고…왜 그럴까?
[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 “펑~”, “꽝~”, “쉬이이익~”

화학공장 안전담당자들은 최근 환청에 시달리고 있다. 꿈 속에서도 사고가 나는 꿈을 꾼다고 하소연한다.

잇따른 화학공장들의 사고 때문이다.

폭발은 물론 각종 유해 가스 누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공장이 몰려 있는 공단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권을 비롯해 울산, 여수 등 주요 산업 시설이 들어서 있는 곳에서의 사고는 자칫 주변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정부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당국자는 “저녁 늦게나 주말에 휴대전화로 직원들 전화 받는 게 겁난다. 오늘은 또 어디 사업장에서 사고가 났는지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진짜 안전사고가 많아진 것일까= 일부에서는 최근 일련의 사건ㆍ사고가 실제로 많아진 것이 아니라, 언론 보도를 통해 마치 많아진 것처럼 부풀려졌다고 말한다. 사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각종 화학 공장에서 그동안 끊임 없이 사건ㆍ사고가 일어났다. 하지만 공장 운영 책임자들이 쉬쉬해 왔기 때문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건이 작년말부터 올 초까지 급증세를 보였다고 볼 수 없다”며 “조용히 넘어갔던 사건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물론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심을 받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공장 폭발, 누출 사고 핵심은 ‘안전불감증’= 대한민국에 만연해 있는 ‘안전불감증’은 최근 국내 산업 현장에서 심각한 폭발 및 누출 사고 등을 일으켰다. 지난 3월 대림산업 여수공장에서 발생한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저장탱크(사일로) 폭발사고나, 지난 14일 울산 남구 삼성정밀화학 전해공장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돼 이 회사 근로자 2명과 인근 공장 근로자 4명 등 총 6명이 병원으로 이송된 사건은 기본적으로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지난 3월 22일에는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 염소가스 누출, 경북 구미시 LG실트론 불산 혼합액 누출,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고열 코크스(고체연료) 유출 등도 비슷하다. 지난 1월 27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도 부주의한 불산 누출로 근로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안전불감증을 꼽는다. 안전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다 보니 안전설비 등은 제도가 규정해 놓은 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에서는 방폭(防爆)시설 미설치, 부적합한 보호구 지급, 배기시설 미흡 등 무려 1934건이, 대림산업의 경우는 모두 1002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가 적발됐을 정도다.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투자를 게을리했고, 그동안 눈가리고 아웅하다 보니 한 번 감독에 적발되면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의 문제점이 쏟아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안전관리분야 전문가는 “대기업 등에서 수익만 쫓다 보니 CEO들이 안전불감증에 걸렸다”며 “밑에서 안전을 강조해도 CEO들이 결정을 해주지 않는 상황이라 제2, 제 3의 대형 사고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설비의 노후화…대책은= 전국 산업단지는 지난 2012년4분기 현재 993개다. 이중 절반가량인 444개의 농공단지나 11개의 도시첨단단지를 제외하고 538개의 산업단지가 있다.전국 500여개의 단지는 항상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특히 화학단지나 화약을 다루는 산업단지의 경우 그 어떤 산업단지보다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이런 사고의 배후에 이런 산업단지 등의 산업설비 노후화가 문제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대림산업 여수공장에서 발생한 HDPE 사일로 폭발사고의 경우도 보수작업을 하다 관리ㆍ감독 부실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산업 설비의 경우 노후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를 보수하거나 신규로 교체해 사용하면 된다.

문제는 보수 혹은 교체 작업 중 발생하는 각종 사고다. 안전관리분야 전문가는 “보수작업의 경우 시간에 쫓겨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자칫 안전수 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 작은 실수가 대형 사고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안전이 최우선=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산업 현장에서는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기 일쑤다.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우리는 안전해”라는 안전불감증이 서서히 싹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때가 가장 위험하다. 관리자들의 관리ㆍ감독은 소홀해지고,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대충 넘기는 일들이 발생한다. 대형 사고의 전조는 이때부터 발생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안전은 최우선 가치로 따질 게 아니라 순위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을 사업주나 최고경영자들이 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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