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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 사면초가... 군맹무상(群盲撫象)정치는 경제를 망각하다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의 플라자 호텔. 미국을 포함해 일본, 영국, 서독, 프랑스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 10명이 합의문을 발표한다.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내리고 엔화의 가치를 높이자는 선언이다. 덕분에 미국은 막대한 무역적자를 줄이는 계기를 마련했고, 일본은 장기불황의 문턱에 들어서게 된다. 2차 오일쇼크와 정경유착으로 무역적자에 허덕이던 한국 경제는 1986년부터 달러, 원유, 국제금리의 ‘3저(低)’를 바탕으로 무역흑자로 전환한다.

2013년 4월 19일, 이번엔 미국 워싱턴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 등 40명이 모여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일본의 양적완화는 환율조작이 아니라 디플레이션(deflation)에서 벗어나 내수를 지지하기 위한 국내 정책임을 공인하는 내용이다. 28년만에 프라자합의가 완전 뒤짚인 셈이다. 일본과 경쟁해야하지만, 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는 독일은 침묵했고, 일본과 힘겨운 경쟁을 해야만하는 우리나라의 목소리에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의 거대한 바퀴가 방향을 틀면서, 불과 2~3년전만해도 세계의 부러움을 사던 한국 경제는 이제 칠흑같은 어둠만 가득한 터널에 갇히게 됐다.

경제성장율이 잠재성장률을 한참 밑돌면서 이젠 빚을 내서 나라살림을 할 처지다. 글로벌 경쟁자들의 견제가 집중되면서 우리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의 생존을 걱정해야하고, 400조원의 빚더미에 짓눌린 공기업들은 내수의 버팀목에서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돌변한 지 오래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발 밑은 위기인데, 현실에 눈감은 정치권들은 어둠 속에서 어설픈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만 한창이다.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등도 모두 경제의 한 부분일 뿐인데, 마치 경제의 만병통치약인양 집착하는 모습이다. 그러는 사이 경제는 오락가락, 갑론을박, 애매모호로 전락하고 있다.

대통령은 “기업을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는 아니다”라고 하는데, 국회에서 집권 여당을 중심으로 논의중인 각종 관련 법안에는 온통 그나마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진, 재벌때리기 일색이다. G20 재무장관이 모여 경기활성화와 성장방안을 논의할때, 우리 정치권은 성장은 뒷전이고 열매가 열리지 않을 지도 모를 경제를 둘러싸고 복지와 분배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창조경제는 설계자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조차 “멀리 떠 있는 구름 같은 것으로 좀 애매한 요소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이제는 새로운 혼란동력으로 전락했다.

이러다보니 정책현장도 엉망이다. 철학없는 경제부처는 제 머리 못 깎는 청와대 눈치만 살피고, 경제에만 몰입해 중심을 잡아야 할 중앙은행은 정부와의 엇박자가 마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인 양 인식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오락가락할 때 회초리를 들어야 할 거대 야당은 제 임무를 망각한 채 실체도 없는 계파청산에만 한창이다. 누가 봐도 대선을 주도한 계파와, 그렇지 않은 계파간의 다툼인데, 본인들은 끝까지 아니라고 우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전 국회의원)은 “최근 정치에 있어 애매모호하고 불분명한 표현들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대중들의 취향이 복잡∙심각하고 철학, 이념적인 것보다 가볍고 재미있고 소프트하며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다 보니 정치 또한 그런 방향에 영합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새정치 같은 모호한 개념싸움만 하다가 나라경제 결단날까 걱정하는 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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