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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규사업 진출 문 닫혀…‘도전’ 할 기회조차 없다
<위기의 카드업, 활로는…>③ 자율규제로 기업가 정신 살리자
여행업·통신판매 등 부대업무 지극히 제한적
업계 “불가능사업만 명시 법으로 바꿔달라”
전문가들 “새 먹거리 찾게 길 열어줘야”




BC카드는 지난 연말 유용한 상권정보를 담은 ‘대박 상권’ 앱을 출시했다. 300만개에 달하는 BC카드 가맹점의 평균 매출액, 매출 건수, 건당 매출액 등을 분석해 전국 1200대 상권의 성적표를 볼 수 있다. 무료로 배포하는 이 앱은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자본 창업자들에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70%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신용카드사는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돈과 직결되는 ‘고급 정보’다. 세계적으로 ‘빅데이터’를 이용한 산업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신용카드사는 강력한 무기 하나를 손에 쥔 셈이다. ‘대박 상권’의 예처럼 카드사들은 빅데이터를 토대로 기업의 미래 가치와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켜줄 상품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당국의 신용카드 축소 정책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카드사들에 있어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최근 SKT 단말기 할부채권 팩터링 사업을 시작했고, 보험ㆍ쇼핑 등 기존의 부대사업을 강화하면서 수익의 5%에 기여했다. 현대카드는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재무설계, 연금, 펀드 등 종합금융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법인카드 상품 강화를 통한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섰다. 삼성카드도 온라인과 모바일 기반의 유통 사업을 확대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카드사가 진출 가능한 신규 사업에 대한 문은 닫혀 있거나 상당히 제한적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사들이 부대업무로 취급할 수 있는 범위를 여행업과 레저, 보험대리, 웨딩 사업, 통신 판매 등으로 제한해뒀기 때문이다. 때문에 예전부터 카드사들은 가능한 사업을 지정해둔 법(positive)에서 불가능한 사업만 명시한 법(negative)으로 바꿔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평소 카드업계 종사자들은 “기업가 정신이 있더라도 갈 곳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경기 침체 속에 신규 사업 진출은 기업으로서도 큰 리스크인데 ‘도전’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내부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아 아이템을 구현해보려 해도 법이 막혀 있으니 시도조차 안 하게 된다. 카드사가 진출해서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영역은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나머지는 새 기회를 열어주는 게 맞지 않느냐”고 물었다.

지난 2003년 카드 사태의 ‘원죄’로 카드업계의 건전성에 대한 국민과 금융 당국의 민감도는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2002년 전체 이용 실적의 60%에 달했던 현금 서비스는 현재 13%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신용카드사의 체질이 건전해진 상황에서 지나친 규제가 기업의 활력을 막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상용 단국대 신용카드학과 교수는 “카드사가 새 먹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신규 사업 발굴은 결국 소비자의 편익 또한 증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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