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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손등정맥 · 사람 체취까지 암호화…이젠 온몸으로 잠근다
‘ 생체 암호’어디까지 진화했나

신체 비밀번호 복제 불가능
분실·도난·재생 우려도 없어
최근엔 지문위조도 완벽 구별
생체 암호 기술 빠르게 진화



2002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최첨단 치안 시스템이라는 ‘프리 크라임(pre-crime)’이 등장한다.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를 예측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프리 크라임 특수경찰’이 미래의 범죄자를 체포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특히 관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각종 생체 인식시스템. 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곳곳에 설치된 홍채ㆍ망막인식기. 개개인을 식별함은 물론 저장된 정보에 따라 개인별로 맞춤 광고도 한다. 거미 모양의 ‘스파이더 로봇’도 홍채나 망막의 정보를 읽어 신원을 확인한다. 주인공 존 앤더튼(톰 크루즈 분)은 국가 보안기관 출입을 위해 손등 정맥을 열쇠 대신 사용한다.

이처럼 홍채, 망막, 정맥 등을 이용하는 생체 인식기술은 더 이상 공상과학(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 기술은 개인 신원 확인이 반드시 필요한 금융 분야 등을 위주로 활용되기 시작해 개인정보 유출, 해킹 등이 사회 이슈로 부상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다양한 정보를 안전하게 전송하고 신뢰성을 보장하는 기반기술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문ㆍ홍채ㆍ망막 등 몸속 ‘비밀번호’ 이용=우리의 신체는 많은 비밀번호와 암호를 담고 있다. 주민등록번호, 사회보장번호, PIN(개인 식별 번호ㆍpersona identification numbers)이나 비밀번호는 잊어버릴 수도 있지만, 신체의 비밀번호는 복제가 불가능하며 잊어버릴 수도 없고 분실, 도난, 재생의 우려도 없다.

흔히 ‘생체 암호’라고 불리는 생체 인식기술은 신체나 행위의 특성을 자동적으로 측정, 신원을 파악하는 것이다. 신체 정보는 인간의 신체에서 직접적으로 정보를 추출하는 것으로, 지문 인식(Fingerprint)ㆍ홍채 인식(Iris-scan)ㆍ망막 인식(Retina-scan)ㆍ손모양(Hand geo-metry)ㆍ안면 인식(Facial recognition)의 방법들이 있다.

행위 특성을 이용하는 방법은 음성인식(Voice recognition)ㆍ서명(Signature-scan) 등이 이용된다. 생체 인식시스템에서 음성, 망막, 홍채, 얼굴, 지문 등을 이용하는 것은 이미 개발돼 있으며, 심지어 영국에서는 사람의 체취를 이용하는 방법까지 개발돼 있다고 한다.

생체 인식기술 이용은 그 장점으로 인해 점점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세계적인 놀이공원 디즈니랜드는 기존 사진을 이용하던 ID카드를 페지하고, 지문 인식으로 대체했다. 


미국 증권가 월스트리트에서는 브로커들이 대규모 트레이드 수행 전에 주식 트레이더들을 식별, 확인하기 위해 생체 인식시스템을 도입했다. 예를 들면 웰스파고, 씨티, 드레스너 같은 세계 유수의 은행들도 이미 생체시스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생채 인식기술은 절도, 누출, 분실에 따른 위험성이 없으므로 보안시장은 이를 주목하고 있다. 이 기술은 안전성과 탁월한 보안성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미국 MIT대학은 이를 ‘21세기 유망 10대 기술’ 중의 하나로 선정했다.

이 같은 흐름과 더불어 생체 인식시스템에 대한 국내외 기업들의 관심은 생체 기반 보안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체 인식기술에 따라 ‘완벽 보안’이라는 각종 기관과 기업의 꿈도 실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지문 위조까지도 찾아낼 정도로 기술 발달=‘지문 위조’는 첩보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 메뉴. 타깃이 잠시 방심하고 있던 사이, 마시던 맥주병을 훔쳐와 맥주병에 남아(붙어)있는 지문을 ‘위조’하는 것은 꽤나 익숙한 클리셰다. 영화를 떠올리자니 문득 걱정이 든다. 혹시 누군가 내 물건에서 지문을 떠가는 것은 아닐지, 행여나 영화처럼 다른 누군가가 내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이 모든 게 영화일 뿐, 현실에서는 ‘헛수고’다.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지문 인식시스템은 ‘가짜 지문’까지도 구별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기 때문이다. 

ADT 캡스에서 선보이고 있는 지문 인식시스템은 실리콘ㆍ고무ㆍ필름ㆍ종이ㆍ젤라틴 등 가짜 지문을 판별해 낸다. 본인인지 아닌지, 지문이 진짜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0.5초. 출입통제시스템에 사용되는 콘솔 제품인 ADT 캡스의 ‘스마트 지문인식기’는 지문과 카드, 비밀번호까지 조합돼 ‘철통 보안’을 자랑한다. ADT 캡스 측은 “실제 손가락과 위조 지문이 센서에 접촉했을 때 정전용량, 미세한 위치 변화를 알고리즘적으로 분석해 생체 지문과 위조 지문을 판별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문인식이 보편화된 지 10여년, 이제 생체인식은 얼굴과 홍채로 그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에스원은 최근 얼굴인식 알고리즘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 보다 강화된 출입통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스체크S’를 출시했다. 얼굴 방향이 다르거나 안경 착용 여부와 상관없이 본인 확인이 가능하다. 최대 3만명까지 등록이 가능하고, 누구든 1초 만에 얼굴을 인증할 수 있다. 얼굴 인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는 것이 에스원 측의 설명이다.

앞서 밝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의 ‘홍체로 신분을 인식하는 세계’도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다. 홍체인식의 경우 이미 국내 기술이 개발, 상용화 단계에 있는 상태. 홍채는 지문ㆍ망막보다 다양한 패턴으로 이뤄져 있어, 동일한 홍채 패턴이 나올 확률이 거의 ‘0%’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 측의 설명이다. 유아기 때 형성된 홍채 패턴은 평생 변화가 없다는 점도 ‘홍채 인식’의 장점이다.

국내 유일의 홍채 원천 알고리즘을 갖고 있는 아이락글로벌(i-Look Global)은 현재 이 같은 홍채인식을 이용한 출입근태단말기인 PASS3030, PASS 2020과 개인용, 사무실용 PC로그인 보안 등에 이용 가능한 휴대용 홍채 단말기인 Iriskey 등을 판매 중이다.

아이락글로벌 관계자는 “세계적인 바이오 매트릭스 생체인식 관련 테스트 결과를 보면 홍채에 따른 생체인식과 비교가 안된다”며 “영화에서는 죽은 눈으로 홍채인식을 하지만 현실에서는 적외선으로 사람눈이 살았는지 죽었는지까지 판단이 가능하다. 복제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상윤ㆍ손미정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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