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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렬한 시청각 이미지 재해석…생동감넘치는 비극 막 오르다
‘안티고네’ CJ토월극장서 28일까지
15도가량 기울어진 긴 삼각형 무대, 파득파득 빠르게 떠는 배우의 몸짓, 어둠 속에 극명하게 떨어지는 조명의 대비, 새떼의 기괴한 울음소리, 거문고의 간결하고 무거운 운율….

소포클레스(BC 496~406) 고전 ‘안티고네’가 중견연출가 한태숙(63)을 만나 강렬한 시청각 이미지로 거듭났다.

2011년 탁월한 시청각적 연출로 화제를 모은 한태숙의 ‘오이디푸스’의 연작 ‘안티고네’는 무대, 조명, 안무, 음악 등에서 한 연출의 힘이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첫 장면부터 관객의 시선을 잡는다. 경사진 무대 위로 유린당한 시체 한 구가 굴러져 내려온다. 안티고네의 오빠 폴리네이케스다. 안티고네의 아버지 오이디푸스가 근친상간을 깨닫고 두 눈을 스스로 도려내 왕좌에서 내려온 뒤 권력은 삼촌 크레온이 쥐고 있다. 반역자의 시체를 땅에 묻지 말고 애도하지 말며, 짐승들이 뜯어먹도록 하라는 크레온의 칙령을 어기고 안티고네는 오빠의 시신을 묻어주고 그 벌로 감옥에 갇힌다.

매우 어둡게 한 무대 바닥으로 떨어지는 삼각 모양의 조명은 안티고네의 극단적 혼란과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 크레온을 두려워하며 안티고네를 동정하는 시민들은 시체를 뜯는 욕망의 검은 새떼가 된다. 새처럼 떠는 군무는 공포심을 자극한다.

이런 음악, 몸짓, 조명의 조화는 무대와 객석을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이게 한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연출이 1시간50분이란 시간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관객을 시종 붙든다.

‘안티고네’는 인간의 법과 신의 법 사이의 충돌을 다룬다.

크레온 역은 배우 신구, 안티고네는 김호정이 연기한다. 예언자 티레시아 역의 박정자의 연기는 강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안무가 이경은은 안티고네의 자결 장면에서 독무를 선보인다.예술의전당 개관 25주년 기념작으로 CJ토월극장에서 오는 28일까지 오른다. 1688-5966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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