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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구의 선제 대응, 자발적 일감 나누기 길 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광고와 물류 분야의 계열사 간 거래 중 절반을 중소기업에 발주하거나 경쟁입찰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현대차그룹 차원의 국내 광고 발주 예상금액의 65%인 1200억원, 물류 발주 예상 금액의 45%인 4800억원 등 총 6000억원 규모의 발주물량을 중소기업에게 개방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결정은 최근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입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기업 차원의 선제적인 조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쓴소리’를 해온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도 즉각 “현대차그룹의 자율적 노력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결단에는 정몽구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 재계 한 관계자도 "정 회장이 정부의 경제 민주화 방침에 호응하고, 평소 강조해온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더욱 강력하게 실천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이 상생을 위해 양보(?)한 금액 자체가 큰 데다, 그룹 광고와 물류를 전담해온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중 상당수가 정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6000억원 이라는 숫자도 정 회장의 지시가 떨어진 뒤 현대차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직접 나서서 올해 광고 및 물류 발주 계획을 하나씩 되짚어가며 뽑아낸 금액을 그룹 전체적으로 합산했다. 중소기업에 물류 노하우를 전수하고, 국내 중소 물류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물류산업진흥재단’ 설립방안이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선제적인 실천을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사내하청(하도급) 근로자 3000여명 정규직 채용이라는 통 큰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재계 일각에서 조차 “전례가 될 경우 다른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을 정도로 과감한 결정이었다.

현대차그룹의 선제 대응에 따라 다른 그룹들도 도마에 오른 광고, 물류, 건설, SI(시스템 통합) 분야를 중심으로 비슷한 조치를 내놓을 전망이다. 일단 외부에 맡겨도 보안 등의 문제가 적고,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한 중소기업도 다룰 수 있는 국내 광고 및 물류 분야가 먼저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등 떠밀려 나온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굵직하면서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 선제적 결단을 내려온 정 회장의 뚝심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대연 기자/sonam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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