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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 “내가 한번 더 움직이면 시민이 편해져”
강동경찰서 아이디어뱅크…배상복 경위
시위진압 가스차 CCTV등 제안
수백명 가출청소년 가족 품으로



“내가 조금 더 움직이면 시민의 불편이 사라진다는 마음으로 일하니 기쁨과 보람이 따라오더라고요.”

서울 강동경찰서 성내지구대에서 근무하는 배상복(52ㆍ사진) 경위는 영락없는 워커홀릭이다. 1986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후 주어진 업무는 물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어디든, 언제든 고민해 발전방안을 마련해왔다.

90년대 중반 기동단 근무시절 시위진압용 가스차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최일선에서 시위대와 맞서는 가스차가 시위대의 공격으로 인해 파손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이를 기록하기 위한 채증요원은 가스차 주변에서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던 상황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배 경위는 고민했다. 채증요원의 안전 확보와 폭력시위대의 증거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했다. 그러던 중 당시만 해도 일반적이지 않았던 CCTV를 떠올렸고, 곧장 종로구 세운상가로 달려갔다.

“세운상가에서 CCTV를 판매하는 사장님을 찾아갔다. 차량에 연결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간단한 연결만 하면 된다’는 대답을 듣고 ‘아 이거다!’라는 확신을 했다. 바로 가스차에 시험 설치를 해봤다”고 배 경위는 말했다.

배 경위의 아이디어는 곧 전국 경찰청 소속 가스차에 적용됐고, 안전 확보와 채증임무 수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검문소 근무 시절 도주차량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자동철침’ 개발을 위해 군부대 검문소를 찾아다니고, 겨울철 동파로 인해 사용이 불가능했던 이동식 화장실에 열선을 설치하는 등 수십 건의 개선사항을 제안했다.

“표창장도 수없이 받았다. 하지만 상보다 값진 건 우리 경찰이 발전하고, 그로 인해 시민의 불편이 사라진다는 보람이었다”며 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배 경위의 이 같은 솔선수범 정신은 96년 서울 천호대교 검문소 근무에서 빛을 발했다. 도주자 등을 파악하는 단순검문이 아닌, 지나가는 청소년 중 가출청소년으로 의심되는 이에 대해 철저하게 검문을 한 것.


“당시 대구 개구리소년 문제가 사회적 화두였다. 행방을 알 수 없는 안타까운 날이 계속되는 걸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고민했다. 그래서 심야시간대는 물론 평소에도 의심스러운 차량에 탑승한 청소년을 보면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며 배 경위는 이유를 밝혔다.

이렇게 가출청소년 문제에 발벗고 나선 후 그가 가정의 품으로 돌려보낸 청소년은 300여명에 달한다. 배 경위는 이때의 경험과 느낌을 토대로 ‘가출청소년들과의 특별한 만남’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그는 “누가 시켜서 한 일이라면 못했을 것”이라며 “내가 좋아서 고민하고 시간을 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지난 27년간의 경찰생활을 돌아봤다. 이어 그는 “대학생인 두 아들도 현재 경찰을 목표로 공부 중”이라며 “아들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자 선배 경찰이 되기 위해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국민의 생활치안 개선에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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