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국민 딸바보’ …“뱃살 늘어도 송종국은 해피송~”
예능인 · 축구해설 · 사업가 변신…송종국의 즐거운 인생
아직도 충분히 뛸 수 있을텐데…
어머니 별세 후 갑작스런 은퇴

예능 출연후 그의 가치 재발견
K리그 해설 등 제2 인생 활짝
유소년 축구 교실도 성공 예감



2002년 여름, 포르투갈 축구스타 루이스 피구를 꽁꽁 묶던 그가 주말이면 TV 안에서 딸의 머리를 정성스레 묶는다. 상대 공격수를 막기 위해 쉼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던 그는 지금 딸의 아침밥상을 차려주기 위해 새벽부터 숨차게 뛴다. 그런 그가 말한다. “‘인생 뭐 있어?’ 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후반전, 정말 행복해요.”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에서 만난 송종국(34)은 ‘CEO 송종국’이 새겨진 명함을 내밀었다. TV 예능프로그램 출연, 축구해설에 이젠 사업까지. 축구밖에 모르던 얌전한 ‘히딩크호 황태자’에서 은퇴 1년 만에 일등아빠·방송인·축구인·사업가로 파란만장하게 변신한 그가 궁금해졌다. 그 사이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은퇴 1년, 한 점 후회없다= “여기 야외 풋살구장 옆에 실내구장을 만들 거예요. 잔디도, 기구도 가장 좋은 걸 사용하죠. 우리 아이들이 쓸 거니까요.” 공사가 한창인 축구교실 현장. 뙤약볕 아래서 흙먼지를 뒤집어 쓰면서도 마냥 설레는 표정이다.

5월이면 이곳에 유소년 축구교실 ‘송종국FC’를 연다. 지난해 봄 갑작스럽게 은퇴한 지 꼭 1년. 충분히 뛸 수 있는, 너무나 멀쩡한 상태에서 은퇴를 선언해 충격을 줬던 그다. 많은 축구인과 팬들은 지금도 선수 복귀를 조심스럽게 권유한다. 현역선수 못지 않게 뛸 수 있는 몸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직도 다시 뛰어보는 게 어떠냐고들 하세요. 사실 다쳐서 큰 수술을 하면 1년 정도 쉬었다 복귀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정말 후회나 미련이 없어요. 배에 살찌는 것 빼고는요, 하핫. 지금 하는 일이 정말 재미있거든요.”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불편해 할만큼 수줍었던 송종국이 이렇게 방송에 나와서 춤을 추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야기꽃을 피울 줄은 몰랐다. 송중국은 다음달 문을 여는 유소년 축구교실 송종국FC 구장에서 공을 튀기며 말한다. “앞으로 또 어떤 도전을 할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핫!”                                                             [용인=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

▶ ‘인생 뭐 있어?’로 시작한 방송 출연=송종국은 요즘 MBC ‘아빠! 어디가?’로 인기폭발이다. 금쪽같은 딸 지아에 무한 애정을 쏟으며 자타공인 ‘국민 딸바보’로 등극했다. 여느 연예인 부럽지 않은 활발한 방송활동, 사실 은퇴할 때만 해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맥을 탁 놓듯 그렇게 축구를 놓았던 그다. 세상과 단절한 채 집안에만 있던 어느날 MBC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출연제의가 왔다. 낯가림 심한 그에게 춤이라니! 당연히 안하는 거였다.

그런데 한 달 뒤 불현 듯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인생 뭐 있어? 해보고 안 되면 말지 뭐.’ 3개월간 온힘을 쏟았다. 반응이 좋았다. 송종국의 재발견이었다. K리그 해설에 다른 방송 출연요청이 잇따랐다. 최근 1년 간 만난 사람들이 지난 30년 간 만난 사람들보다 훨씬 많고 다양했다. 꿈도 꾸지 않았던 일들이 꿈처럼 펼쳐지고 있다.

“지아랑 출연하는 방송은 그 자리에서 OK 했어요. 운동을 오래 하다 보니 지아와 있는 시간이 없었잖아요. 주위 반응이요? 아유, 폭발적이죠. 김남일 선수가 가장 부러워해요. 아마 은퇴하면 출연할지도 몰라요, 하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사실 스타 플레이어의 은퇴 후 수순은 해외연수나 지도자다. 그런데 유소년을 가르치겠다고 나서니 10명이면 10명 모두 반대했다. 그 힘든 걸 왜 하냐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유럽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그는 아이들에게 좋은 기본기와 인성을 가르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와이프요? 당연히 반대했죠. 그런데 지금 이 부지도 와이프가 숨어있는 땅을 잘 발견해서 산 거예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요.”

송종국을 바라보는 축구인들의 시선은 뜨겁다. 스타 선수가 은퇴 후 자신이 직접 투자해 축구교실을 여는 건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거죠. 그래서 주위에 성공한 클럽들을 찾아다니며 귀찮을 만큼 꼬치꼬치 물어봐요. 성공한 데는 다 이유가 있거든요. 후배들이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사는 데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한 축구팬의 질문을 대신 던졌다. ‘송종국은 2002년이 행복했을까, 아니면 지금이 행복할까. 지금 송종국의 얼굴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편안한 얼굴이다.’ 그는 가만 생각하더니 TV에서 보던 ‘아빠미소’로 답한다. “그때도 참 좋았죠. 그런데 지금은 인생 후반전이잖아요. 전반전이랑 색깔은 다른데요, 정말, 정~말 행복해요.”

용인=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