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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스키 ‘골든블루’ 36.5도 토종의 반란
36~37도 해외 저도주 트렌드 벤치마킹
국내시장 40도 불문율 깬 ‘이단아’
불황속 올 1분기 성장률 119% 이례적
발렌타인 제치고 4년만에 내수판매 4위



출시 4년밖에 안 된 국내 토종 브랜드 ‘골든블루’가 위스키 판을 흔들고 있다. ‘골든블루’<사진>는 알코올 도수 36.5도짜리로, 보수적인 위스키 업계에선 ‘이단아’ 쯤 된다. 정통 위스키는 40도여야 한다는 불문율이 강해서다.

이런 ‘골든블루’가 상승세를 타며 유력 브랜드 ‘발렌타인‘을 제쳤다. ‘골든블루’의 약진 배경엔 후발주자의 성공전략이 담겨 있어 경영에 시사점을 던진다.

17일 위스키 업계에 따르면 ‘골든블루’는 올 1~3월, 2만3224상자(1상자=500㎖짜리 18병)를 팔아 ‘발렌타인(1만7243상자)’를 제치고 해외 브랜드를 포함한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4위에 올랐다. 1~3위는 ‘윈저’ ‘임페리얼’ ‘스카치블루’ 순이다. 


‘골든블루’는 작년 같은 기간엔 1만585상자를 판매해 하이트진로의 ‘킹덤’에도 밀려 6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는 전년 대비 119.4%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부산을 근거지로 한 ‘골든블루’는 전체 직원수가 100명이 채 되지 않지만, 서울 등에서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부산지역 위스키 흥행의 바로미터인 해운대 일대에선 ‘골든블루’ 점유율이 50%를 찍었다”며 “서울에선 여의도, 강남 청담동에선 점유율 10%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골든블루’의 전국 시장점유율은 6~7%대로 추정된다.

‘골든블루’의 성장이 특히 주목되는 건 국내 위스키 시장의 올 1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11.0%로 집계될 정도로 침체된 와중에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주류 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차별화를 시도한 데 있었다. ‘골든블루’가 출시된 2009년 즈음만 해도 국내 위스키는 알코올 도수 40도 외엔 없었다. ‘윈저’ ‘임페리얼’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었다. 스코틀랜드에서 원액을 들여와 브랜드만 달리한 것이었고, 가격도 비슷했다.

‘골든블루’ 측은 도수를 낮춰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 해외 사례를 참고했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에선 36~37도짜리 위스키가 대세였다. 때마침 국내에서도 무학을 필두로 소주도 저도주가 바람을 탔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것과 같아선 성공할 수 없다고 봐서 차별화로 방향을 정한 것이고, 부드러운 소주가 인기를 끄는 데서 저도주 트렌드를 읽었다”고 했다.

‘골든블루’의 도전은 처음엔 지지부진했다. 장사가 안 돼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그러던 중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대경T&G가 2011년 ‘골든블루’를 인수했다. 박용수 T&G 회장이 부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고 있고, 주변 기업인들이 ‘골든블루’를 전도 유망한 브랜드라고 소개한 영향이 적지 않았다.

박 회장은 ‘골든블루’가 히트를 치고 있는 덕분에 인수를 잘했다는 의미에서 ‘골결정력’있는 기업인으로 불린다.

‘다윗’에 해당하는 ‘골든블루’의 성공에 ‘골리앗’ 격인 영국스카치위스키협회를 필두로 위스키 업계 공룡인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 등도 움찔하고 있는 걸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와 선두업체는 40도만 위스키로 쳐줬는데, 36도짜리 술이 트렌트가 되면서 시장을 예의주시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요즘 손님은 확실히 줄었는데 ‘윈저’나 ‘임페리얼’을 주문하던 손님들 가운데 ‘골든블루’를 찾는다”며 “ ‘윈저’라면 한 병 마실 손님들이 도수가 낮아 부드러운 ‘골든블루’는 두 병을 시켜 매출 하락을 막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족보에도 없던 위스키가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소주도 무학의 ‘좋은데이’가 저도주 바람을 국내에 몰고 와 ‘처음처럼’ 등이 도수를 낮췄듯 ‘골든블루’가 약진을 거듭하면 3위인 ‘스카치블루’도 잡지 말란 법 없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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