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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뛰어난 묘사력의 화가 김남표,동물의 시선으로 개화기를 보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무장해제된 듯한 호랑이와 얼룩말이 근대 개화기 오브제들과 기묘하게 어우러졌다. 화가 김남표(43)의 신작 ‘Instant Landscape:Traveler’ 시리즈에서다.

김남표는 서울대미대 재학시절부터 뛰어난 묘사력과 표현력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캔버스에 목탄으로 섬세하게 그림을 그리는 그가 3년 만에 갖는 개인전에서 조선 개화기를 다룬 작품을 출품했다. 근대와 현대, 인공과 자연, 현실과 허구가 한 화폭에서 공존하는 이번 신작은 그 독특한 교집합이 관심을 불러모은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서울옥션 강남점 전시장에서 열리는 작품전에는 최근 3년간 제작한 회화가 일제히 내걸렸다.

낡고 커다란 바퀴 사이로 호랑이가 무심하게 앉아 있다. 거대한 타이어 뒤로는 모터사이클의 엔진이 보인다. 해변에는 1900년대 초반쯤 유행했음직한 여성용 하이힐이 나뒹굴고, 앵무새는 높은 곳에서 이 모든 상황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다.
김남표의 2012년 작품 ‘Instant Landscape: auto bicycle#1’(112x162cm)은 이렇듯 근대와 현대가 한 화면에서 공존한다. 트럭바퀴가 선명한 논두렁, 폭포, 해변, 그리고 모터사이클의 날렵한 엔진을 거리낌없이 한 화면에 배치해낸 솜씨는 가히 독보적이다. 상상력이 남다른 작가이기에 근대와 현대를 가로지르며 독특한 화면구성을 시도하고 있는 것. 


얼룩말을 태운 목선이 서울 북촌의 한옥촌까지 밀려들어온 ‘Instant landscape:Traveler#12’(130x194cm)는 이번 전시의 표제작이다. 목선 뒤로 멀리 숭례문이 보이고, 목선에는 갓을 쓴 선비와 고릴라가 승선해 있다. 굳이 설명을 하지않아도 근대 개화기를 표현한 그림임을 알 수 있다. 외세의 무력에 의해 쇄국정치의 빗장을 열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종속적인 근대를 작가는 이렇듯 묘한 공기로 감싸인 그림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무장해제된 동물의 시선으로 조선의 개화기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리곤 그 것을 한폭의 기이한 풍경화로 완성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02)542-2412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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